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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버지와 살면ㅣ이노우에 히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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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버지와 살면ㅣ이노우에 히사시, 히로시마 원폭 소재 희곡


일본의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Inoue Hisashi, 1934-2010)의 희곡 <아버지와 살면>입니다. 이노우에 히사시는 일생 반전, 반핵을 외친 작가로 이 작품 역시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부분을 다루고 있는데 당시 '일본은 아시아 전역에서 가해자'였음을 먼저 인정하고, 그러나 원폭 피해자들은 핵에서 벗어날 수 없는 20세기 인류를 대표해 지옥불을 만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날의 지옥을 알면서 모른 척할 수는 없기에 글을 쓴다. 그저 눈감고 살아가는 것은 깊은 죄가 될 테니. 아마도 나의 생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해 쓸 것을 다 썼을 무렵 막을 내리리라. _프롤로그 가운데

 

이노우에 히사시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전후 3부작을 계획했지만 <아버지와 살면>만을 완성한 채 2010년 생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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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의 미쓰에는 히로시마 원폭 당시 아버지 다케조를 잃은 생존자입니다. 번개가 치는 날이면 '그날'의 트라우마로 두려움에 떱니다. 원폭 3년 후, 번개가 치던 어느 날 미쓰에는 겁에 질려 아버지를 부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이 나타나 미쓰에를 다독입니다. 

 

(미쓰에) 아부지, 무서워! 

 

(다케조) 여기야, 여기. 미쓰에, 어서 벽장으로 들어 오너라. / 있다마다. 네가 있으라면 그게 어디든 언제든 나는 있을 게야.

 

 

히로시마 원폭으로 목숨을 잃은 다케조는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으로 힘겨워하는 미쓰에와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갑니다. 재난현장에서 가족, 친구를 잃은 생존자들이 겪는 고통은 모두가 죽고 나만 살아남았다는 이상한 죄책감으로 드러납니다. 

 

(미쓰에) 난 살아 있다는 게 너무 미안해. 그렇지만 죽을 용기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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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미소도 잃고 시선도 불안정한 미쓰에에게 영으로 나타난 다케조는 삶의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다케조) 이런 이별이 다시 있어선 안 된다. 이건 비참해도 너무 비참해. 이렇게 끔찍한 이별이 몇만 건이나 있었단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넌 살아남은 거다. 

 

마치 이노우에 히사시가 자신의 소명을 다케조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넌 나로 인해 살아남은 게야.' 미쓰에를 향한 아버지 다케조의 말입니다. 

 

이노우에 히사시는 비록 <아버지와 살면>만을 남겼지만 이후 후배와 딸을 통해 <나무 위의 군대>, <어머니와 살면>이 세상에 나오면서 이노우에의 '전후 생명 3부작'이 완성됩니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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