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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세로토닌ㅣ미셸 우엘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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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로토닌 Sérotonineㅣ미셸 우엘벡 Michel Houellebecq


"그것은 반으로 쪼개지는 작고 하얀 타원형 알약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이자 마지막 장의 첫 문장입니다. 몸에 세로토닌을 주입하는 알약, 캅토릭스는 이 책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입니다. 

 

2019년 1월 출간된 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 1958)의 소설 <세로토닌 Sérotonine>입니다.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 책 내용이 우울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플로랑클로드 라브루스트는 권태와 무력감에 빠진 40대 중반의 프랑스인 백인 남자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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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서 라브루스트는 자신의 일생에 대해 잠시 소개합니다. '부모는 삶의 투쟁에 필요한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는 표현으로 불행한 어린시절을 경험했음을, '연속되는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는 설명으로 불운한 삶의 경험이 많았음을 미리 알려줍니다. 

 

어느날 라브루스트는 TV에서 자발적 실종을 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여기고 실행에 옮기기로 합니다. 그는 몇 년 동안 생계 걱정이 없으며, 가족도 친구도 없고, 인생에 관심사나 계획도 없는, 자발적 실종자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발적 실종에 매료된 나는 드디어 내 길, 내 운명과 마주하게 되었다는 확신에 점점 사로잡혔다.

 

나 또한 자발적 실종자가 되리라. 

 

 

현재 그는 일본인 유주와 동거 중입니다. 그녀는 잠들기 전 열여덟 종류의 화장품을 바르는데 그런 그녀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연인 유주에 대한 라브루스트의 바닥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여성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로 하는 물품들의 수는 가히 경악스러웠다. 남자들은 그런 것들을 마뜩지 않아할뿐더러 심지어 역겨워하고 인위적인 치장을 끝없이 해야만 미모가 유지되는 불량품을 소유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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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은 이 책 <세로토닌>에서 현대사회의 우울증 메커니즘을 거의 완벽하게 통찰해내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경제적으로 부족할 게 없는 연구원, 스무 살 아래의 동거녀와 함께 사는 백인 남성, 그는 단 하루라도 세로토닌을 주입하지 않으면 일상을 살아내기 어려운 우울증 환자입니다.   

 

서구사회에서는 누구도 더는 행복해질 수 없으리라고 여겼다. 오늘날 사람들은 행복을 옛날의 꿈 쯤으로 치부하는 듯하고, 그건 바로 역사적인 행복의 조건들이 더는 규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모든 것이 존재하고, 존재하기를 요구하며, 그렇게 상황들이 중첩되면서 더러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인자가 되어 결국 하나의 운명이 완성된다. 

 

 

세로토닌을 주입하는 우울증 약에 대해 설명하는 이 부분이 소설 <세로토닌>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라브루스트는 세로토닌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인식하고, 이해하고, 또 살아갑니다. 

 

그것은 반으로 쪼개지는 작고 하얀 타원형 알약이다.

그것은 처음엔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적어도 죽지 않도록 해준다. 일정 기간 동안은 말이다.  

 

미셸 우엘벡은 세상이 '디즈니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고 변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이 행복에 이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미셸 우엘벡은 그 절망으로 우리를 위로합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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