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ㅣ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s conjecture)'이라는 정수론 문제를 증명하는 데 일생을 바친 무명의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수학자이자 소설가인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Apostolos Doxiadis, 1953)로 1992년, 이 책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Uncle Petros and Goldbach's Conjecture>을 출간합니다.
소설의 화자 '나'는 페트로스의 어린 조카입니다. 어른의 시각과는 다른 어린 조카의 눈에 비친 천재 수학자의 삶은 의문으로 가득하고, 그래서 오랜 관찰과 해석을 필요로 합니다.
어느 집안이든 골칫덩어리가 한 명쯤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집안에서는 페트로스 삼촌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네 큰삼촌은 쓸모없는 인간이야. 그야말로 실패한 인생이지."
천재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 삶은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잘 벌지도, 학자로서의 명예를 얻지도 못한 채 수학의 미해결 문제인 골드바흐의 추측에만 일생을 오롯이 쏟고 있는 '골칫덩어리'입니다. 페트로스의 두 동생은 형이 '이룰 수 없는 목표'에 매달려 소중한 젊음과 재능을 낭비했다며 맹렬히 비난합니다.
적당한 목표를 정했다면 부와 명예를 충분히 거머쥐고도 남았을텐데요.
페트로스의 조카는 '골칫덩어리'로 불리는 삼촌에게서 그 증거를 찾아내려 하지만 그럴수록 삼촌에게선 좋은 점만 보입니다. 삼촌은 사려 깊고 현명하며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술이나 담배는 일절 하지 않고 운동과 절제된 생활방식으로 마른 듯하지만 강인한 인상을 풍깁니다.
나는 삼촌의 외모나 행동에서 방탕과 게으름, 타락한 인간에게서 엿볼 수 있음 직한 특징 같은 걸 찾아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급기야 삼촌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평생을 바친 문제를 끝내 풀어내지 못한 페트로스 삼촌은 어떤 면에서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될 것 같은 과제'가 아닌 '불가능한 과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삼촌의 삶은 누구보다 성공적입니다. 화자인 조카 '나' 역시 "과학이란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에 의해서도 발전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나름의 결론을 내놓습니다.
"인생에서 성공했느냐 못했느냐는 스스로 정한 목표를 기준으로 가늠해야 하는 거야. 남이 정한 기준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나'는 없어져 버려."
무명의 수학자 페트로스, 그리고 불가능한 모든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산 이들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이들 덕분에 인류의 삶과 학문이 풍요로워졌으니 분명 숭고한 삶의 궤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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