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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사랑이었던 모든 것ㅣ알베르트 에스피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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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이었던 모든 것ㅣ알베르트 에스피노사 Albert Espinosa


스페인의 작가 알베르트 에스피노사(Albert Espinosa, 1973)의 소설 <사랑이었던 모든 것>입니다. 저자는 14세에 진단받은 암 치료를 위해 10여 년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으며, 함께 투병했지만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몫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의 작품 중 <푸른 세계>와 <어때요, 행복한가요> 두 권을 읽었는데 부드럽고 안정적인 문체가 좋았습니다.

 

이 책 <사랑이었던 모든 것>은 제목이나 도입부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연인 간의 사랑을 초월하는 특별한 감동이 있는 책입니다. 연인과의 다툼 이후 화해로 가는 여정에서 주인공 다니는 과거의 여러 인연들을 떠올리며 모든이들을 향한 사랑과 희망의 커다란 태피스트리를 짜나갑니다. 

 

 

책 첫 장에 적힌 저자의 집필 동기에서 이 책이 연인의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님을 예고합니다.

 

"남과 다른 삶을 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남과 같은 삶을 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맞서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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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던 모든 것>에 등장하는 주인공 다니에게 주요한 인물 중 90세의 마르틴과 63세의 조지가 있습니다. 그들은 10살을 갓 넘은 다니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해준 삶의 스승입니다. 마르틴과의 일화가 특히 감동적입니다. 다니가 열 살 때 편도선 수술을 하러 입원한 병실에서 폐의 한쪽과 나머지 반쪽을 제거하는 수술을 앞둔 90세 마르틴을 만납니다. 

 

나는 그가 내민 손을 꼭 쥐었다. 그는 미소를 머금었지만 내 손을 꼭 쥐지는 않았다. 내가 그보다 더 힘이 세다고 느끼게 해주려는 아름다운 제스처였다. 

 

 

나는 편도를 떼어내는데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형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호흡기관을 잃게 되는데도 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순간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술을 앞두고 보호자를 찾는 간호조무사에게 아흔의 마르틴은 만일 상태가 안 좋으면 자신을 기다려줄 사람은 많지만 별일 없으면 아무도 없다는 말을 합니다. 큰 수술을 앞둔 90세 노인의 말에 고독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다니는 보호자 없이 여덟시간의 수술을 치러야 하는 마르틴을 위해 보호자가 되어주기로 합니다. 마르틴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며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누군가 기다린다는 걸 알면 거기에서 나오는 게 훨씬 기대될 거야. 내가 누군가를 위해 견디고 있다는 인상을 줄 텐데 그게 중요하거든... 너를 위해서 잘 해낼 거야." 열 살짜리 소년이 아흔 살 노인의 보호자가 된 것이다.

 

아흔살 노인의 보호자가 되어준 열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다정한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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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와 혼자 카프리섬으로 가던 13세의 다니는 배에서 조지를 만납니다. 63세의 조지는 곧바로 다니가 가출했음을 알아채고 티나지 않게 보호자 역할을 해줍니다. 그리고 사춘기의 다니에게 질문을 몇 가지 던지고 작은 인생 팁도 전수합니다.

 

"세상을 멈춰본 적이 한 번도 없니?" "너는 세상을 움직이고 싶니, 아니면 세상이 너를 움직이게 하고 싶니?"

 

마르틴과 조지는 다니의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그들은 소년 다니에게 이 세상에서 '다르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들입니다. 

 

 

청년 다니는 출장차 다시 찾은 카프리섬에서 만난 100세 노부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책 첫장에 적혀있던 집필 동기, 그리고 책의 주제와도 같은 문장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와닿는 조언이 있습니다. 

 

"그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가 우리 세상을 결정짓지요. 만일 뭔가를 좋아하면 한 방향이나 하나의 희망만을 표시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우리가 걸어야 하는 길이 아니고, 때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우리가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싫어하지도 않는 무관심한 쪽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길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길을 정하는 거예요."

 

내 인생에 있었던 마르틴이나 조지와 같은 친구를 떠올려봅니다. 마침 딱 두 명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준 영감이나 조언을 여전히 기억하면서 살고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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