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섬: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ㅣ정현종 시인
정현종 시인의 그림이 같이 수록된 시선집 <섬> 입니다. 시인은 1939년생으로 이 시선집은 그가 70세가 되던 2009년 출간한 시집입니다. 연필로 거칠게 그린 드로잉, 친필 메모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정현종 시인은 철학자이기도 한데 1965년 등단 이후 줄곧 물질화한 사회 속에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영혼을 위한 희망과 자유의 사유를 시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짙은 붉은색 해당화 그림에 반했습니다. 꽃봉오리가 힘 있게 꽉 찬 느낌이 그림에서 그대로 전해집니다. 정현종 시인은 그림, 글, 글씨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예술가답습니다.
해당화, 그 속에 수많은 태양 _2009년 여름 정현종
저작권이 있어 해당화 그림 사진을 올리지 못하지만 모두가 그 그림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살아냈는가.. 에 관한 질문을 담은 시입니다. 붉은 해당화 꽃봉오리에서 이 시가 나왔을까요. 내 삶에 주어진 꽃봉오리들을 열심을 다해 키워낸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 봅니다.
더 열심히 파고들고 / 더 열심히 말을 걸고 /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 더 열심히 사랑할걸..... // 모든 순간이 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꽃봉오리인 것을! _「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가운데
소중한 것을 잃은 이의 안부를 묻는 마음, 그것은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마음일 겁니다.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 툭 떨어져 굴러간다 /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 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_「안부」 가운데
정현종 시인의 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시 「방문객」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하나의 존재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_「방문객」 가운데
얼마 전 도서관 현판에도 이 시구가 적혀있는 걸 봤습니다.
시 사이사이에 정현종 시인이 좋아하는 격언을 적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니체의 생각을 옮겨둔 부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아름답게 있는 것보다 거대하게 있는 것이 더 쉬운 법." _니체, 2009년 여름 현종
'아름답다'라는 수식어를 쓸만한 사람, 가만히 떠올려봅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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