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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ㅣ마르크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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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ㅣ마르크 로제


프랑스 작가이자 대중 낭독가인 마르크 로제(Marc Roger, 1958)의 첫 소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입니다. 이 책은 책과는 담을 쌓고 사는 소년 그레구아르와 서점을 운영하며 평생 책과 함께 살아온 노인의 우정과 그들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레구아르의 첫 직장은 수레국화 요양원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잡무'를 담당하는 지원인력으로 일하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자신의 일은 그저 우습게 여겨질 뿐입니다. 그런 대우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고민거리였던 그레구아르의 취업은 어머니에겐 다행스럽기만 합니다. 기대할 게 없는 인생, 그레구아르의 현재 모습입니다.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한시름 놔도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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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요양원 28호실에 거주하는 '책방 할아버지'로 불리는 피키에 씨가 그레구아르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눈이 아프고 손이 떨려 더는 책을 볼 수 없는 피키에 씨를 위해 하루 1시간씩 책을 읽어달라는 것입니다.  

 

시간, 시간이 다 됐다. 오후 다섯 시. 신이 나서 성큼성큼 뛰어올라간다. 나의 구세주를 만나러 간다.

 

월요일 오후 다섯시, 그레구아르는 첫 낭독회를 하러 갑니다. 처음에는 피키에 씨에게 책을 읽어주는 대신 주방일을 1시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으로만 그 시간을 기다리지만 차츰 그레구아르는 책과 낭독이 주는 온전한 즐거움에 빠져듭니다. 진정한 '구세주'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레구아르는 피키에 씨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은 완전히 몰입해 모든 것을 잊습니다. 그 상태를 '씻기고 정화된' 행복한 망각이라고 표현하며 그렇게 황홀한 시간 후에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현실은 이제 더는 지긋지긋하고 초라하지 않습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옭아매고 있던 모든 매듭들이 조금씩 풀린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모든 모욕들이 하나하나 지워진다. 낭독이 끝날 때쯤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화가 모두 사라진다.  

 

 

책은 우리를 타자에게로 인도하는 길이란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나와 가까운 타자는 없기 때문에,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타자인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행위와도 같은 거지. 

 

피키에 씨는 책과 문학의 치유력을 아는 사람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책방 할아버지' 피키에 씨는 책이 주는 뜨거운 사랑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레구아르를 작전(!)에 끌어들이고 마침내는 수레국화 요양원의 모든 이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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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는 안 돼. 문학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언젠가는 바로 그 문학의 모험에 뛰어들어야 한다." _'책방 할아버지' 피키에 씨

 

그레구아르가 하는 책 읽어주는 일은 낭독자와 청중, 작가와 청중,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입니다. 문학과 책 읽기가 쇠락하는 신체와 정신에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피키에 씨는 함께 증명해 냅니다. 

 

 

요양원이라는 조금은 무력하고 고독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피키에 씨는 괴짜스러운 리더십으로 소설 전체를 끌어갑니다. 그레구아르라는 소년을 마중물로 해서 책과 낭독을 통해 요양원 모든 거주자들과 직원들을 사랑으로 품어냅니다. 책을 쓰는 이유,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에 관한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책을 만드는 이유는 오로지 무덤 너머의 사람들과 계속 이어져 있기 위해, 생의 가장 무자비한 적인 흐르는 시간과 망각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지." _「서적상 멘델(1935)」 슈테판 츠바이크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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