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검은 기쁨ㅣ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단편소설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Eric Emmanuel Schmitt, 1960)의 단편집 <검은 기쁨>입니다. <검은 기쁨>은 슈미트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여기 실린 네 편의 단편은 모두 비슷한 주제를 향해 엮여있습니다. 작가는 우리 모두는 살해 본능을 제어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 인간들이 과연 변할 수 있는가? 슈미트는 <검은 기쁨>에서 좌절과 희망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슈미트는 철학박사로 수년간 학생을 가르쳐 왔습니다. 언젠가 아하가르 사막을 여행한 후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게 되고 여행에서 얻은 내면의 깨달음은 그가 작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1991년 발표한 <발로뉴의 밤 La nuit de Valognes>으로 촉망받는 희곡작가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리고 이후 출간한 여러 소설들이 연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슈미트는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의 반열에 오릅니다.
단편집인 <검은 기쁨>에는 슈미트의 '작가 일기'가 수록돼 있습니다. 네 편의 단편을 쓰는 동안 슈미트가 적은 일기인데 작품들에 관한 소개를 대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글은 처음인데 작가 일기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문학작품이 됩니다. 굉장한 책입니다.
세 번째로 수록된 단편이자 표제작 <검은 기쁨>에는 천사와 악마로 상징되는 두 젊은 음악가, 악셀과 크리스가 등장합니다.
크리스는 유혹을 견뎠다. 악셀을 지나치게 좋아하면 그는 자신을 싫어하게 될 것이었다. // 악셀만큼은 다른 데에서 온 사람 같았다. 지성과 세련미, 고귀함으로 가득한 아주 귀중한 행성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_「검은 기쁨」 가운데
누군가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 이것은 때로 굉장한 위험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운명이 바뀌는 '사건' 이후 20년이 흘러 둘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재회합니다. 욕망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한 피아니스트는 '사건'에 대해 속죄하길 바라지만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내가 널 망쳤어, 악셀." "입 다물어. 내가 이렇게 된 건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아이러니한 운명을 잠시 생각했다. 더럽고 비열한 놈이 이타주의자가 되고, 한 성자가 너절한 불량배로 변해버린. _「검은 기쁨」 가운데
이 책에 실린 각각의 단편들에는 모두 '검은 기쁨'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증오와 사랑이 공존하는 기묘한 인간의 감정, 이것을 슈미트는 <검은 기쁨>에 수록된 단편 「엘리제의 사랑」에서
"감정은 겉감과 안감이 다 붙어 있다."
라고 표현합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기질을 넘어서는 의지로 스스로를 제어하며 슈미트가 말하는 '사귈만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작가 일기에서 슈미트는 글쓰기의 과정 속에 자신의 책으로 지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고 재미나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적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지인은 아니지만 네 편의 단편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슈미트라는 멋진 작가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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