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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사라지지 않는다ㅣ클라라 뒤퐁 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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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라지지 않는다 S'adapterㅣ클라라 뒤퐁 모노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클라라 뒤퐁 모노(Clara Dupont-Monod, 1973)의 소설 <사라지지 않는다>입니다. 원서 제목은 <적응 S'adapter>으로, 어느 날 찾아온 '부적응한 아이'와 함께 변화한 삶을 살아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부적응한 아이'는 자신의 가족에게 살아있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적응'의 흔적을 남깁니다. 

 

저자인 클라라 뒤퐁 모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을 휩쓰는 프랑스 문단이 주목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 <사라지지 않는다>는 2021년 발표 직후 그해 프랑스 페미나상(Prix Femina)를 수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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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느 가족에게 부적응한 아이가 태어났다. '부적응하다'는 말은 품위가 떨어지는 추한 단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흐느적거리는 몸, 고정되지 않는 텅빈 눈길이라는 현실을 말해 준다. _「사라지지 않는다」 가운데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는 이 책에 대해 "금기에 가까웠던 이야기를 끈적이는 감정이나 도덕적 교훈 없이 전달한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서평에 고개를 크게 끄덕입니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첫 문장부터 낭만은 철저히 덜어낸 담담한 필치, 그러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인물들 감정을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부모는 의료진으로부터 그 부적응한 아이의 기대 수명은 세 살을 넘지 못한다는 설명을 듣습니다. 

 

부모는 자신들이 과거에 살아온 삶을 마지막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이제 그들이 살아갈 모든 삶은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었고, 그들이 그 이전에 지낸 모든 삶 역시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었다. 무사태평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그만큼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는다>의 서술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소설의 화자가 집 돌담의 돌멩이라는 설정 때문입니다. 그 가정을 지켜보는 돌멩이는 그 집의 모든 역사를 알고 있고 앞으로도 결코 잊을 리 없는 그야말로 '전지적' 시점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 책은 크게 이 가정의 '맏이', '누이', '막내'에 관한 묘사로 구성됩니다. '부적응한 아이'는 이 집의 셋째로 맏이와 누이는 아이의 탄생부터 마지막까지를 함께했으며, 막내는 그 아이가 떠난 후 태어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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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정의 첫째아이는 이렇게 자랍니다. 

 

그 이후로 맏이는 남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며 성장했다. 그는 친해지는 일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토록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다. 

 

그 가정의 둘째아이는 이렇게 자랍니다. 

 

누이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이를 원망했다. // 아이는 모든 힘을 빨아들였다. 부모와 맏이의 모든 힘을. 그녀에게는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부적응한 아이'의 등장은 부모, 맏이와 누이는 물론 막내의 삶에도 영향을 줍니다. 가족이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도 함께 느끼며 그것에 같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적응의 결과가 구성원들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요. 

 

 

3살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살았던 '부적응한 아이'는 끝내 가족의 곁을 떠납니다. 이후 막내가 태어나고 그 아이는 마치 '부적응한 아이'가 환생이라도 한 듯 가족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존재로 자라납니다. 

 

아버지가 아내에게 몸을 기울여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처 입은 아이 하나, 반항아 하나, 부적응한 아이 하나, 마법사 하나로군. 이만하면 잘 키웠네." 그들은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특히 '맏이' 부분은 두 번을 읽었는데 모든 페이지 모든 문장이 경이롭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가족 내의 '부적응'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사랑으로 함께 '적응'해나가는 여정인 것처럼 우리 사회가 '부적응'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달라지길 기대해 봅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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