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관리의 죽음ㅣ안톤 체호프 Anton Chekhov, 단편선
러시아의 의사이자 작가인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 The Death of a Government Clerk>입니다. 안톤 체호프는 19세기말 검열과 출판사의 요구에도 풍자와 유머가 담긴 뛰어난 단편을 많이 남겼으며 1883년 출간한 <관리의 죽음> 역시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주 사소한 사건이 주인공의 어리석은 처신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되는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멋진 저녁"으로 시작하는 <관리의 죽음>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하급 공무원인 이반 체르뱌코프(Ivan Chervyakov)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 오페라를 관람하고 있습니다. 멋진 공연에 행복감이 절정에 다다른 기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에취!!!"
재채기를 하게 되고 앞 자리에 앉은 고위 공무원 브리잘로프(Brizzhalov) 장군의 머리에 침이 튀게 됩니다. 체르뱌코프는 재채기로 피해를 입은 장군에게 여러 차례 찾아가 사과를 하지만 그는 용서받기는커녕 회를 거듭할수록 브리잘로프의 분노만 돋웁니다.
용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별 것 아닌 일'에 대해 자꾸만 용서를 비는 체르뱌코프에게 짜증이 났던 것입니다.
그것으로 엄청난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은 이반 체르뱌코프는 마지막으로 사과를 하러 갔던 날, 역시나 장군으로부터 "꺼져! 꺼지라니까!!!"라는 말을 듣게 되고 뒷걸음질로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공황상태에 빠진 체르뱌코프는 정신없이 귀가 후 소파에 누운 채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죽었다."
안톤 체호프는 그의 소설에서 등장인물이 우여곡절 끝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 장면에서 결코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죽음을 선고하고 시선을 거둡니다. 이 작품 <관리의 죽음>의 마지막 문장 역시, "그리고.... 죽었다." 입니다.
안톤 체호프는 1904년 44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나는 죽는다.(Ich sterbe.)"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죽음을 대하듯 담백한 유언이 안톤 체호프답습니다. 그런데 왜 독일어로 말했을까요.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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