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충실한 정원사 The Faithful Gardenerㅣ클라리사 에스테스
시인이자 정신분석학자로 영혼의 여정에 관심이 많은 클라리사 에스테스(Clarissa Pinkola Estes, 1945)의 책 <충실한 정원사 The Faithful Gardener, 1996>입니다. 저자 에스테스는 특히 히스패닉 전통의 칸타도라(Cantadora: 전통설화 보존자)로서 멕시코 등의 구전문학에 근간을 둔 치유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 색다른 감동을 주는 작가입니다.
<충실한 정원사>는 상실과 생존, 치열한 재탄생을 우아하게 엮어낸 이야기로 심오한 낙관주의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클라리사 에스테스는 혼란기나 전환기에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하는 만물 속의 신비한 생명력, 절대 죽지 않는 신실한 힘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어릴적부터 이야기가 가득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이 책 <충실한 정원사> 역시 전쟁으로 황폐해진 헝가리의 농부이자 난민인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삼촌이 해준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삼촌 역시 '충실한 정원사, 춤추는 광대, 나이 많고 지혜로운 까마귀, 심술궂은 현자, 거의 성자가 될 뻔한 인간'ㅡ굉장한 이야기꾼이라는 칭송ㅡ 중 한 명입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축복의 말이 있다. "이야기의 밤이 끝날 때 가장 늦게까지 깨어 있는 사람은 누구든 분명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이 당신이 되기를, 우리 모두가 되기를.
_「충실한 정원사」 프롤로그
이야기꾼 삼촌은 새 생명을 가진 씨앗들은 땅이 자신을 환대한다고 느낄 때 그 대지에 뿌리를 내린다며 '손님'ㅡ땅속의 씨앗, 땅 위의 생명, 머리 위의 별, 우리 인간들ㅡ을 환대하는 것의 가치와 중요성을 넌지시 일러줍니다.
무언가 심은 땅에는 나무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씨앗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씨앗들은 이 들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작은 동물들의 입을 통해 옮겨질지 모른다.
_「충실한 정원사」 본문 가운데
같은 맥락에서 클라라사 에스테스의 삼촌은 특히 모르는 사람을 환대하고 방랑자, 지친 여행자를 쉬게 해주는 것은 그래서 축복이라고 부릅니다. '새 생명을 가진 씨앗들이 자신을 환대할 땅'으로 그 집을 골랐기 때문입니다.
삼촌은 말을 이었다. "땅은 아주 인내심이 강하단다. 씨앗과 잡초, 나무와 꽃을 받아들이고, 비와 곡식의 낟알, 불을 받아들이지. 자신에게 오라고 초대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오는 걸 허락하기도 해. 완벽한 주인이지."
_「충실한 정원사」 본문 가운데
클라리사 에스테스는 좋은 일은 늘 시작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시작과 과정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그 결과를 우리가 끝내 보지 못할지언정 매 순간이 눈부신 선물이라는 것을 <충실한 정원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달콤함과는 거리가 먼 '냉엄한' 가르침이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선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찔리고, 비난받고, 상처 입고, 조롱당하고, 멸시당하고, 고문당하고, 초라하게 되고, 무기력하게 되어도 삶은 영원히 반복하며 스스로 새롭게 시작한다.
_「충실한 정원사」 에필로그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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