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ㅣ코맥 매카시
ㅣ책 소개 및 리뷰
미국의 소설가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 1933)가 2005년 출간한 장편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입니다. 책 출간 2년 후인 2007년에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만 봤을 땐 마치 사회평론서 같은 이미지를 주지만 실제 범죄스릴러 소설입니다. 사막의 밀매 현장에서 거액의 돈이 담긴 가방을 발견한 루엘린 모스, 그리고 그를 쫓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시거, 이 사건을 수사하는 보안관 에드 톰 벨이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보안관 벨은 제2차 세계대전의 외상을 가진 인물로 과거, 현재, 미래, 세상을 음울하고 무력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위 물러나는 세대를 상징합니다.
소설은 첫 장면부터 잔혹한 사건이 펼쳐치고, 읽는 내내 영화를 보듯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에 빠져듭니다. 코맥 매카시는 서술이나 설명, 감정처리가 배제된 건조한 문체로 사정없이 독자를 끌고 갑니다. 중간중간 보안관 벨의 내면 이야기가 나오는 구간에서야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책의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Sailing to Byzantium>에서 따온 구절입니다. 책 본문이 시작되기 전 별도 페이지를 할애해 시 전문을 실어두고 있습니다.
저것은 늙은 사람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 늙은 사람은 한갓 하찮은 물건이고 /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니 // 그래서 나는 바다를 건너 /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왔노라(...)
'노인'이란 현자, 지식인을 암시하는 표현이기도 하고 아무런 죄가 없는, 악의가 없는, 힘이 없고, 결정권이 없는, 약자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역시 선한 것은 아무데도 없다는 무력감,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절대 악으로 상징되는 안톤 시거에 대응하는 보안관 벨을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노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편만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철저하게 암울한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아마도.
ㅣ소설 속 문장들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그건 단지 짜증거리에 불과하다." _에드 톰 벨
"이건 겨우 동전 아니냐고. 별다를 것 없는 동전일 뿐이라고. 행위와 사물을 구별하면서. 마치 역사의 한 순간을 다른 순간과 손쉽게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듯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물론 이건 그저 동전일 뿐이오. 그렇소, 맞소. 그저 동전. 하지만 정말 그럴까?" _안톤 시거
"나이가 들면 자기가 행복해지고 싶은 만큼 행복한 법이야.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만, 결국 예전에 행복했던 만큼 행복한 거야. 아니면 그만큼 불행하든가. 이걸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 _엘리스 아저씨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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