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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제5도살장ㅣ커트 보니것 Kurt Vonnegut, 드레스덴 폭격 생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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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5도살장ㅣ커트 보니것 Kurt Vonnegut, 드레스덴 폭격 생환 기록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 1922-2007)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 <제5도살장 Slaughterhouse-Five>입니다. 커트 보니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때 독일군의 포로로 드레스덴에 잡혀있다 1945년 2월 연합군의 드레스덴 폭격으로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하고 생환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1969년에야 당시 드레스덴의 도살장ㅡ을 개조한 수용소ㅡ에 갇혀있던 기억을 모티브로 <제5도살장>을 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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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5도살장>에 대한 많은 검열 시도가 있었는데 무례한 어투, 성적 묘사, 미군 모독, 이단적 표현 등이 주요 표적이었습니다. 미국 일부 학교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미 연방대법원의 제제로 대중에게 널리 읽히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제5도살장>은 반전소설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책은 생각보다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드레스덴 제5도살장의 일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서사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인데 한번 읽고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소설의 첫 시작은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대체로는. 어쨌든."

 

이라는 작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본론에 들어가면서는 '빌리 필그림'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의 이야기를 받아 적거나 그가 1인칭 화자가 되는 형식으로 소설이 진행됩니다. 빌리는 비행기 사고 후 뇌수술을 받고 나서 현실세계와 드레스덴 폭격, 트랄파마도어에 납치되어 겪은 일 등으로 '시간여행'을 합니다. 작가(커트 보니것) 역시 이 책에 대해 "책이 너무 짧고 뒤죽박죽이고 거슬린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복잡합니다, 재미있는 방식으로. 

 

 

이 책 <제5도살장>에서는 사람이 죽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때마다 커티 보니것은 "뭐 그런 거지.(So it Goes)"라는 표현을 장면 뒤에 바로 연결해 사용하는데 작품 중 총 106번 나온다고 합니다. 이것에 대해 커트 보니것은 빌리 필그림의 입을 빌려 해명합니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주검을 볼 때 그냥 죽은 사람이 그 특정한 순간에 나쁜 상태에 처했으며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순간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트랄파마도어인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한다. '뭐 그런 거지.(So it G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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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안사로 일하는 빌리의 진료실에 걸린 액자 문구입니다. 사는 데 열의가 없음에도 계속 살아가는 빌리 필그림 나름의 방식을 이 기도문이 표현해준다고 말합니다. 

 

하느님, 저에게 /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 바꿀 수 있는 용기와 / 언제나 그 차이를 / 분별할 수 있는 / 지혜를 주소서. 

 

기도문 바로 아래 문장에서 "빌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었다."라고 후술하고 있습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빌리의 복잡한 '시간여행'의 결론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제5도살장> 1부 마지막 부분에서는 빌리 필그림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 문장을 던져줍니다. 

 

그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들어보라. 빌리 필그림은 시간에서 풀려났다. 그 책은 이렇게 끝난다. 지지배배뱃?

 

시간의 족쇄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시간과 공간을 옮겨 다니는 빌리 필그림의 시선을 따라다니는 일은 어지럽지만 흥미진진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죽음이라는 부조리, 잔혹한 전쟁의 참상,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인간은 다시 그 일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음을 보게 합니다.

 

"들어보라."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 빌리 필그림을 향해 "지지배배뱃?"하고 지저귀는 새는 "뭐 그런 거지.(So it Goes)"라고 말하는 트랄파마도어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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