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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곱세크 Gobseckㅣ오노레 드 발자크, 구두쇠인가 철학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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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곱세크 Gobseckㅣ오노레 드 발자크, 구두쇠인가 철학자인가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의 소설 <곱세크 Gobseck>입니다. 1830년 출간된 소설로 1815년부터 1830년까지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고리대금업자 곱세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적나라한 인간극을 통해 당대 프랑스 사회를 꼬집습니다.

 

발자크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소르본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며 여러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이 시기의 경험을 작품 소재로 종종 사용합니다. 부모는 발자크가 공증인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그는 독립하여 파리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고 1819년 첫 희곡 <크롬웰>을 집필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이후 10년간 가명으로 대중소설을 발표하거나 인쇄소를 운영하지만 역시 실패합니다. 1829년 발자크라는 실명으로 첫 소설 <마지막 올빼미당원>을 출간하면서 드디어 위대한 작가로의 면모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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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그가 20여 년 간 창작한 <인간희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0여 편의 장단편소설로 구성해 당대 사회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려는 기획인데 여기에 <곱세크>도 연결됩니다. <인간희극> 전집에서 사용되는 '인물 재등장 수법', 그러니까 한 작품에 등장한 인물을 다른 작품에도 등장시키는 이 기법이 <곱세크> 등장인물에도 적용됩니다.   

 

 

<곱세크>는 주인공인 변호사 데르빌(Derville)이 드 그랑리외(De Grandlieu) 가족에게 자신 '소설적이었던 시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이야기가 바로 고리대금업자 곱세크에 관한 기억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곱세크의 형상은 음산하고 불가사의하게 묘사되는데 여기서 발자크는 '모형 인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 어떤 모형 인간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움직임을 아껴서 썼으며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자신 속에 집중시켰지요. 그의 생활은 마치 고대의 모래시계가 아무런 소리 없이 흘러내려가듯 아무 말도 지껄이지 않고 흘러갔습니다. 

_「곱세크 Gobseck」 본문 가운데

 

데르빌은 또한 곱세크가 '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 신이나 감정, 여자나 행복이라는 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그를 불쌍히 여기기까지 합니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돈과 물질에 대한 곱세크의 철학적 소견은 그를 마치 초탈한 현자처럼 보이게 합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를 곱세크는 '개인적인 이해'라는 인간의 본능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자네도 나만큼이나 오래 살다 보면, 한 남자가 관여할 만한 확실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는 물질적인 사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일세. 그 사물은..... 바로 '금'이네. 금은 모든 인간의 힘을 대행하지. 

_「곱세크 Gobseck」 본문 가운데

 

'금은 모든 인간의 힘을 대행'한다고 말하는 곱세크, 돈을 '주조된 자유'라고 부른 도스토예프스키의 사고와 맥락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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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후반부에서는 변호사 데르빌이 곱세크의 유언집행인으로 지정되고 곱세크가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곱세크는 분명한 의식상태에서 사망했으며 죽기 직전 자신이 벌어 놓은 돈과 앞으로 벌 수 있는 돈에 대해 아쉬워하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그것들과 헤어져야한다니!"

 

 

데르빌이 자신이 겪어 본 곱세크에 관해 회상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이 소설 <곱세크 Gobseck>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의 금융상의 견해와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인 관찰이 그에게 외견상 고리대금업자와 같은 행동을 하도록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는 파리 전체에서 가장 섬세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내심 확신하고 있어요. 그의 몸 안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구두쇠와 철학자, 왜소한 인간과 위대한 인간입니다." 

_「곱세크 Gobseck」 본문 가운데

 

한 인간의 본모습을 누가 규정할 수 있는가, 곱세크는 돈처럼 무감동한 인간이지만 그의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학생,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 궁지에 몰린 사람들입니다. '고리대금업자 곱세크'를 만든 것은 황금만능주의에 빠진의 프랑스 사회였을까요.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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