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햄릿 Hamletㅣ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국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희곡 <햄릿 Hamlet>입니다. 원제는 'The 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으로 1599년에서 1601년 사이에 쓰였습니다. 덴마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왕자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 왕을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왕좌에 오른 숙부 클로어디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햄릿 Hamlet>은 전체 5막으로 구성된 셰익스피어의 희곡 가운데 가장 긴 작품으로 영문학 작품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당시 17세기에도 <햄릿>은 여러 차례 공연에 올라갔으며 오늘날에도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명실상부한 고전입니다.
희곡 <햄릿> 제1막은 동생에 의해 독살당한 햄릿 왕자의 아버지, 선왕의 유령이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선왕의 유령은 아들인 햄릿에게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복수를 당부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독사에 물려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으나 사실 현왕이자 동생인 클로어디스가 잠든 선왕의 귀에 독극물을 부어 살해한 것입니다.
유령 햄릿! 실은 네 아비를 물어 죽인 그 독사가 지금 왕관을 쓰고 있단다.
햄릿 아, 어쩐지 그런 예감이 들더라니! 역시 숙부가!
_「햄릿」 제1막 5장 가운데
햄릿은 낮잠을 자다가 동생의 손에 목숨과 왕관과 왕비까지 한꺼번에 빼앗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복수심에 사로잡힙니다.
<햄릿>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는 제3막 제1장에서 햄릿 왕자의 독백으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가혹한 운명 앞에 죽음을 생각하지만 그럴 수 없는 자기 삶의 고통을 한탄합니다.
마침내 햄릿은 현왕인 숙부 클로어디스의 유죄를 확실히하기 위해 현왕과 왕비(햄릿의 어머니) 앞에 연극을 한편 올립니다. 제목은 <쥐덫>, 적절한 비유입니다. 연극 내 등장인물이 왕을 독살하기 위해 독약을 왕의 귀에 붓는 장면에서 결국 현왕 클로어디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비틀비틀 일어나 자리를 뜹니다. 그 살인자는 이후 왕비를 유혹해 아내로 삼는데 아버지 유령이 했던 말과 똑같은 내용입니다.
햄릿은 마침내 아버지의 유령이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됩니다.
햄릿 왕자는 오늘날까지도 우유부단하다는 평을 받는 인물입니다. 앞서 "사느냐 죽느냐" 대사에서도 그 모습이 보였고, 숙부에게 복수할 절호의 기회도 스스로 놓아버립니다. 제3막 3장에 그 장면이 묘사됩니다. 숙부는 기도 중이고, 햄릿 왕자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습니다.
자, 해치우자. (칼을 빼 든다) 그런데 저자가 기도로써 영혼을 깨끗이 씻어 천당의 길을 떠나기에 꼭 알맞은 이때 죽이는 것이 과연 가련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되겠는가? 천만에. (칼을 다시 칼집에 꽂는다)
_「햄릿」 제3막 3장 가운데
아버지의 유령이 독살 당하기 전 회개기도를 하지 못한 탓에 죽어서도 형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떠는 것을 본 햄릿으로서는 기도 중인 숙부를 죽이는 것은 그를 천당으로 보내는 일이라 여긴 것입니다. 종교적인 시각으로 볼 때 이러한 결정은 우유부단함이라기보다는 믿음의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연극은 제5막 2장에서 마침내 비극으로 막을 내립니다. 햄릿의 어머니이자 왕비가 햄릿을 독살하기 위해 왕이 준비한 독배에 죽고, 햄릿이 왕이자 숙부인 아버지의 원수를 죽이고, 햄릿도 숨을 거둡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인간적인 면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아마도 주인공 햄릿 왕자의 성정을 해석하는 시각의 차이가 그러한 평가결과에 한몫했을 듯합니다. 사색과 행동, 진실과 거짓, 양심과 결단, 신념과 회의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한 인간의 모습은 연극이라기보다는 실화에 가까운 진실성을 보여줍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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