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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ㅣ다비드 칼리 외 19인, 아동문학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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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ㅣ다비드 칼리 외 19인, 아동문학 작품집


2016년 독일 아동청소년문학협회가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을 맞아 기념 작품집을 펴냈습니다. 스무 명의 작가가 새로 쓴 스무 편의 단편집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입니다. 당연히 스무 명의 작가는 모두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자들입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쾌하고, 날카롭고, 묵직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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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숀 탠(Shaun Tan, 1974)이 앵무새와 돼지에 관한 일화를 쓴 <우리, 그리고 동물>입니다. 반려동물, 특히 흔히 보기 어려운 반려동물과 사는 이들의 종종 받는 질문에 관한 단상을 적고있습니다. 

 

앵무새는 행복하면 사납게 주둥이를 간다. 앵무새는 격노하면 흥분해서 춤을 춘다. 앵무새가 우리를 무는 것은 애정이 있기 때문인데 그 애정은 피가 나는 상처를 남긴다. // 이런 이상한 감정 표현을 두고 '행복'이니 '노여움'이니 '애정'이니 하는, 인간의 오만한 단어들은 그저 허공에 날리는 하찮은 겨에 불과하다.

 

_「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우리, 그리고 동물(숀탠 Shaun Tan)' 가운데

 

단편 <우리, 그리고 동물>은 첫 문장에서부터 '앵무새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은 앵무새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거듭 묻는다. '네 앵무새는 말할 수 있어?'라는 날카로운 표현으로 독자의 의식을 깨웁니다. 단어들로 규정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동물들의 그것이 결코 같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이방인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지나치는 빌딩에 입주한 상점이나 작은 사물들, 그 앞을 매일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는 띄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새로운 이방인의 눈에는 현지인이 보지 못한 것들이 보입니다. 해운대의 맛집을 해운대 거주민보다 서울에서 온 관광객이 더 잘 아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 처음 가면 신기하게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한 사물들이 눈에 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어떤 이방인이 구경할 때와 똑같다. 

_「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우편함을 심은 남자(다비드 칼리 Davide Cali)' 가운데

 

사람이나 사물, 환경에 대한 익숙함이 그 대상의 본질을 가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탈리아 아동작가 다비드 칼리(Davide Cali, 1972)의 <우편함을 심은 남자>에서는 숲에서 우연히 발견한 우편함 도서관을 통해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일상의 풍경에 관한 단상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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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하게 지나가는 매일의 삶에 감사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는 독일 아동작가 키르스텐 보이에(Kirsten Boie, 1950)의 <나, 운이 좋지 않아?>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아이들의 시선을 빌려 '운 좋은' 일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전쟁을 피해 시리아에서 튀르키예로, 다시 독일로 피난 온 열한 살 아이샤의 글입니다. 

 

독일에 오니 좋다. 폭탄이 없다. 군인이 없다. 나는 학교에 다닌다. 좋다. 난 운이 좋다. 

_「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나, 운이 좋지 않아?(키르스텐 보이에)' 가운데

 

집이 없어 비좁은 컨테이너에 사는 아이샤네 가족, 아이샤의 엄마는 독일에 와서 '울었다'고 합니다. 어른의 눈물. 그러나 어린 아이샤에게 폭탄이 없고 군인이 없는 독일에서의 일상은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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