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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알 수 없는 발신자ㅣ마르셀 프루스트, 미발표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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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알 수 없는 발신자ㅣ마르셀 프루스트, 미발표 단편집


프랑스 문학의 기념비이자 20세기 대표적 고전으로 꼽히는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미발표 단편집 <알 수 없는 발신자 Le mystérieux correspondant>입니다. 아홉 편의 단편과 프루스트 연구가 뤼크 프레스(Luc Fraisse)의 해제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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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사후에 그를 연구하던 베르나르 드 팔루아(Bernard de Fallois)는 유족들로부터 프루스트의 원고 자료를 건네받아 몇 권의 책ㅡ「장 상퇴유(Jean Santeuil, 1952)」, 「생트뵈브에 반대하여(Contre Sainte-Beuve, 1954)」ㅡ을 펴냅니다. 이후 2018년, 팔루아가 사망하면서 국립도서관에 기증한 프루스트 원고와 자료 더미에서 새로 발굴해 낸 작품들로 <알 수 없는 발신자> 단편집이 출간되게 됩니다. 대부분 마르셀 프루스트가 20대 초반에 쓴 단편들로 미완성 원고도 포함돼 있습니다. 

 

 

폴린 드 S.(Pauline de S.)」는 죽을병에 걸린 폴린을 방문한 후 자신의 일상을 새삼 깨닫고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교훈을 되짚어보는 줄거리입니다. 죽음에 근접한 폴린의 담담한 태도에 의아해하며 그것이 뭔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오,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죽음을 그렇게 가까이서 봐놓고도 다시 경박한 삶을 살지 않았는가."

 

라는 대사를 토해내며 메멘토 모리의 교훈을 늘 잊어버리는 어리석은 우리의 모습과 인간의 망각 능력 덕분에 세상의 수많은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게 만듭니다.

 

쾌락, 여흥, 생활 뿐 아니라 개인적인 과업까지도 무의미하고, 무미건조하고, 하찮고, 우스꽝스러우리만큼 사소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삶과 영혼에 관한 명상, 우리 존재의 심장부로 내려가는 느낌을 주는 예술적 감동의 깊이, 선함과 용서와 연민과 애덕과 후회만이 중요했고, 오직 그것들만이 실재했다.

_「폴린 드 S.」 본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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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단편집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작품 「알 수 없는 발신자(Le mystérieux correspondant)」는 익명의 편지를 통해 사랑을 고백하며 죽어가는 한 여성의 절망과 발신자를 알 수 없어 두려워하는 다른 여성ㅡ결혼하여 남편이 있는ㅡ의 엇갈림을 다룬 레즈비언 이야기입니다. 

 

날 용서하세요. /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 다시 볼 수 없을겁니다. / 저는 당신을 가질 수 없어서 죽어갑니다. / 부탁드립니다. / 당신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 당장 떠나요 명령입니다.

 

용서하라, 불쌍히 여겨달라, 보고 싶다, (여기서) 떠나라 등등 여러 통의 익명의 편지 속에는 해서는 안 될 사랑으로 인한 한 인간의 분열된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현들이 가득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하늘만큼이나 자주 얼굴을 바꾼다. 우리의 가련한 삶은 관능의 물결과 미덕의 항구 사이에서, 관능의 물결에는 용기가 없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미덕의 항구에는 힘이 없어 다다르지 못하는 채로 갈팡질팡하며 떠다닌다. 

_「알 수 없는 발신자」 본문 가운데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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