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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ㅣ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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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ㅣ파블로 네루다, 시집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가 19세에 공식 출간한 첫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입니다. 시인의 본명은 리카르도 엘리에세르 네프탈리 레예스 바소알토(Ricardo Eliécer Neftalí Reyes Basoalto)이며 글쓰기를 반대한 부친의 강압에서 벗어나고자 사용한 필명이 이후 법적인 실명이 됩니다. 어릴 때부터 글을 썼으며 사회주의 정치가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시를 창작해 1971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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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소설가로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2014)는 파블로 네루다를 일컬어 '모든 언어권을 통틀어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격찬합니다. 

 

 

파블로 네루다가 열아홉에 출간해 남미 전역에 이름을 알린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는 젊은 시절의 혼돈과 고독, 즐거움과 괴로움, 만남과 헤어짐 따위가 만들어내는 감정들로 넘칩니다. 저자는 이 시집을 두고 '내 가장 고통스러운 젊은 날의 열정으로 가득 찬 괴로운 전원시집'이라고 평합니다. 

 

너에 대한 기억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밤으로부터 나타난다 / 강은 그 그치지 않는 슬픔을 바다와 섞는다 / 새벽의 부두처럼 버려졌다 / 이별의 시간이다, 오, 버려진 자! // 너는 모든 걸 삼켰다, 먼 거리처럼 /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속에 모든 게 침몰했다!

_시 「절망의 노래」 가운데   

 

 

스무 편의 사랑의 시 가운데 한편인 「매일 너는 논다」에는 절묘한 표현이 나옵니다. 사실 목록에서 시의 제목을 훑다가 마치 제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 시ㅡ매일 너는 논다ㅡ가 있어 제일 먼저 페이지를 열어 읽은 작품입니다. 내용은 제가 생각한 '논다'의 개념을 다루고 있진 않습니다.     

 

너는 내가 매일 두 손 사이에 과일 다발인 양 / 단단히 쥐는 이 흰머리 이상의 존재다

_시 「매일 너는 논다」 가운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습관을 '매일 두 손 사이에 과일 다발인 양 단단히 쥐는 이 흰머리'라고 묘사하는 시인이 시를 쓸 당시 열아홉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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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또 한편의 시 「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에는 절절한 사랑 고백이 담겨있습니다. 

 

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 / 내 말들, 때로는 / 바닷가 갈매기들의 발자국처럼 / 가늘어지는 말들을 // 그리고 나는 멀리 떨어져서 내 말들을 관찰한다 / 그것들은 나의 것이라기보다 너의 것이다 / 그것들은 내 오랜 고통을 담쟁이 넝쿨처럼 기어오른다

 

조금씩 옅어지는 감정들에 대한 상념을 '갈매기의 발자국처럼 가늘어지는 말들'이라고 표현한 부분과 오랜 번뇌와 고통을 '담쟁이 넝쿨'에 비유한 것을 보면서 사물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네루다의 예민하고 탁월한 관찰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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