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ㅣ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장 오래되고 가장 복잡한 문학 장르로서의 꿈에 대한 상념들을 엮은 선집,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Luis Borges, 1899-1986)의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 Libro de sueños>입니다. 보르헤스는 도서관에 필적할 만큼 방대한 지식과 함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품은 작가로 '시대의 사서'로도 불리는 인물입니다.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는 수메르 신화에서부터 성경의 창세기, 북유럽 구전, 프랑스 왕정, 아르메니아의 역사, 중국의 기서, 보르헤스 자신의 단상까지 망라한 온 세상에 편만한 꿈에 관한 화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다양한 꿈의 풍경을 문학에 관한 보르헤스만의 탁월한 감각으로 엮은 책입니다.
ㅣ하느님께서는 미리 알리지 않고 벌하시는 법이 없다. _오리게네스
ㅣ꿈을 꾸는 과정에서 그는 앞으로 닥칠 삶을 미리 훈련한다. _니체
꿈을 '예언' 혹은 '예지'의 일부분으로 보는 시각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이런 방식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입니다. 간혹 특정한 꿈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경우도 그래서 일 겁니다.
졸음이 편안하게 뻗은 사지 위를 짓누르는데, 마음은 그 무게에서 벗어나 놀고 있을 때. _페트로니우스
꿈에 관한 아주 시적인 표현입니다. 잠이 든 우리의 육체가 침대에 묶여 꼼짝하지 못할 때 그것을 벗어나 자유롭게 노는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 꿈이라는. 깨어있을 때 실제 생각과 꿈의 간극이 무척이나 큰 것을 보면 몸과 마음이 그리 소통이 잘 되진 않나봅니다. 너무 오래 몸에 묶여있었던 탓일까요.
어떤 사람이 꿈에서 천국에 들어갔다가, 천국에 있다는 증거로 꽃 한송이를 받았다고 하자.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 보니 손에 꽃을 들고 있다면.... 이건 뭘까? _S.T.콜리지
하늘, 천국과의 소통 창구로 꿈이라는 영역이 정의된다면 어떨까요. 천국과 지상의 연결고리가 꿈이라면 하루의 1/3을 잠자는 데 사용하는 우리 인간에게 자는 시간은 깨어있는 시간보다 훨씬 중요하고 가치 있는 시간일 겁니다.
꿈의 문은 쌍둥이 문이다. 하나는 뿔로 된 문으로 순수하고 진실된 영혼들에게 쉽게 길을 내줄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멋지게 세공되어 번쩍이는 하얀 상아의 문인데 망자의 영혼들은 이곳을 통해 거짓된 꿈을 지상으로 내려보낸다. _아이네이스 6권
상상력은 자신만의 극장이자 배우이자 관객이다. // 깨어 있으면 자연의 세계와 대화를 나누지만, 잠들어 있을 때는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_「보르헤스의 꿈 이야기」 중 '꿈에 대하여'
꿈에 대한 보르헤스의 자신의 상념입니다. 꿈은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력의 결과물이라는,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세계, 오롯이 내가 될 수 있는 세계가 꿈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사람들이 꿈을 통해 진정한 자기를 깨닫는다고 말한 카를 융(Carl Gustave Jung, 1875-1961)의 견해와도 결이 닮았습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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