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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상페의 어린 시절ㅣ장 자크 상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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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페의 어린 시절ㅣ장 자크 상페 Jean-Jacques Sempé, 그림책


세계적인 삽화가 장 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 1932-2022)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엮은 <상뻬의 어린 시절> 입니다. 따뜻하고 재치 있는 화풍으로 일상을 그려내는 상페(Sempe)의 어린 시절은, 그러나  따뜻한 적이 없었습니다. 술에 의지해 매일밤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알코올 중독자인 양아버지, 수시로 매질하는 어머니, 가난한 형편까지 그의 유년기는 비참한 기억의 연속입니다.

 

"정말 난 하나도 즐겁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래서 이렇게 즐거운 것들을 좋아하게 됐을 겁니다."

 

그는 매일 밤 가정폭력 현장을 목격해야 했으며 그 불안감에 오래도록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고통을 당하기도 합니다. 당시 그를 위로한 것이 라디오와 책, 그는 괴로운 현실을 도피하고자 라디오를 들었으며 책을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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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년기를 겪은 상페(Sempe)가 이토록 사랑스럽고 서정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일종의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갖고 싶었던 따뜻한 가정과 다정한 부모, 천진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어린 상페를 위로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유머러스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미친 짓이죠. 하지만 그게 바로 내 성격입니다."

 

 

상페(Sempe)는 어렸을 때부터 마치 어른들이 하듯 체면을 차리려고 애쓰며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부자인 척, 일이 잘 되어가는 척. 그런 그의 성격이 <꼬마 니꼴라 Le Petit Nicolas>를 세상에 내보냈고 전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따뜻한 그림을 그리게 했으니 독자로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달리 어쩔 수 있었겠어요? 난 이빨 뽑는 사람처럼 거짓말을 해댔어요. 가족끼리 보낸 유쾌한 저녁 시간을 자랑하기도 했지요. 실제로는 매일 지옥 같은 싸움판이었는데도 말이죠."

 

어린 시절 상페 상페(Sempe)는 끔찍할 정도로 외톨박이였다고 말합니다. 장난도 치고 신나게 놀고 싶었지만 학교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사생활을 알게 되면 사정이 달라졌다며, 그래서 거짓말로 행복한 가정을 꾸며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스러웠던 그 시절의 상상력이 상페의 작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상페(Sempe)의 그림에는 무리 지어 다니는 아이들이 자주 나옵니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자신의 그림으로 위로하는 상페(Sempe)의 화풍은 그래서 늘 따뜻하고 다정합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 1949)의 <좀머 씨 이야기> 삽화도 장 자크 상페가 그렸는데 그곳에도 역시 상처받은 어른 '좀머 씨'와 그를 지켜보는 어린아이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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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 사람들은 천막 아래에서 축제를 즐기는데 밖에 혼자 나와 서서 비를 맞는 한 아이의 그림입니다. 환하게 웃는 아이의 표정에서 상처받은 상페(Sempe)의 유년기가 보입니다.  

 

상페(Sempe)의 그림에는 밝고 천진한 어린아이가 살지만 그는 늘 걱정이 많고 짜증 나는 상황도 많다고 고백합니다. 상페(Sempe)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다"라는 장 폴랑의 말을 자주 인용하는데 그 표현이 우아하고 근사하지만 상대에겐 참을 수 없는 말이라 생각한다는 답을 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L도 그렇고 저 역시 그 표현이 노파심에 덧붙이는 유용한 표현이라고 여겨지는데, 그것이 상페(Sempe)가 그 표현을 잘 쓰지만 좋아하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

 

상페(Sempe)와의 소중한 인터뷰 역시 이 표현으로 끝이 납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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