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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픈 몸을 살다ㅣ아서 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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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픈 몸을 살다 At the Will of the Bodyㅣ아서 프랭크


심장마비와 암을 2년 사이에 연이어 경험한 저자의 투병기라고 할 수 있는 책, 아서 프랭크(Arthur W. Frank, 1946-)의 <아픈 몸을 살다 At the Will of the Body: Reflections on Illness>입니다. 질병의 당사자가 말하는 질병 서사는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청자'로서의 역할보다는 '당사자'로서 입장을 자각하게 해 줍니다. 질병이나 장애, 죽음은 누군가의 불행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단 하나의 진실임을 알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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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심각한 질병이나 중대한 위기상황을 마주치게 되면 인간은 '삶의 경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서 프랭크는 이 책 <아픈 몸을 살다>에서 "경계에서 삶을 조망하면서 우리는 삶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삶이 영원하지 않음을 자각하는 것, 특별히 그것이 개인적 경험의 형태로 다가올 때 인간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암을 부르는 성격 이론'이라고 부르는 특정 관점의 잘못에 대해 아서 프랭크는 단호하게 경고합니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질병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암을 부르는 성격 이론'을 들이대는 것은 사회적 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에게 병의 책임을 돌림으로써 사회는 아무것도 바꿀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책임과 두려움은 암 환자 안에 안전하게 봉쇄된다. 아픈 사람만이 죄책감을 느낀다.

 

이 부분은 질병과 그것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역시 돌아보게 합니다. 위로한답시고 아무 말이나 하는 것, 그 속에 어떤 못된 마음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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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프랭크는 에필로그에서 사촌 집에 걸린 자수 그림에 적힌 문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문득 닥쳐온 질병으로 인해 바깥세상과 잠시 단절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이 문장은 통찰과 더불어 적잖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은 문을 닫으시면서 창문을 여신다."

 

저자는 질병의 이상적인 결말에 회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닫힌 문이 언젠가 다시 열리길, 하나님이 창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는 문을 다시 열어주시길 소망하는, 인간은 유약한 존재입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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