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둠이 오기 전에 It's Not Yet Darkㅣ사이먼 피츠모리스
아일랜드의 영화감독 사이먼 피츠모리스(Simn Fizmaurice, 1973-2017)의 불치병과 함께 한 삶의 기록 <어둠이 오기 전에 It's Not Yet Dark>입니다. 그가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기, 그는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 Motor Neurone Disease)을 진단받고 앞으로 살 날이 4년여 남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습니다. 투쟁과도 같은 그의 글쓰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책에 관한 사전지식 없이 책을 펼쳐든 저로서는 첫 장 '두려움 없는 사람들(The Brave)'에서 그가 조금 독특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만 했지 투병 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사이먼 피츠모리스는 저 같은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정체'를 나중에 밝힙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첫 장을 다시 읽습니다. 내용이 처음과 다르게 보입니다.
나는 이방인이다. 당신과는 다른. 나는 당신처럼 살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당신에게 나는, 이방인이다.
당신이 시선을 거두도록 만드는 아우라가, 내게는 있다. 오직 아이들만이 나를 바라본다. 인간에 대한 정의를 찾기라도 하는 양 눈을 크게 뜨고서. 나는 당신을 겁먹게 만드는 두려움의 토템이다. 질병, 광기, 죽음. 피해야 할 것의 표징이다.
_<어둠이 오기 전에>, '두려움 없는 사람들' 가운데
피츠모리스는 휠체어를 탄 루게릭병 환자인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두려움 없는 사람들'이라고 칭합니다. 그들은 바로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친구이며 가족입니다.
아이리시 인디펜던트는 이 책 <어둠이 오기 전에>를 "아름답게 쓰인 보기 드문 슬픈이야기!"라고 평합니다. 죽음에의 공포, 살고자 하는 의지, 가족에 대한 애끓는 사랑, 일상을 짓누르는 슬픔을 고스란히 안고 그는 주어진 시간을 살아냅니다. 입 밖으로 '그것'에 대해 말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음을 알기에 애써 모른척하는 피츠모리스와 가족들의 모습은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 한없이 나약한 우리들을 보여줍니다.
여행을 간다. 아무도 내 발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모두들 어떤 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한다.
_<어둠이 오기 전에>, '달리기' 가운데
피츠모리스는 이제 나이를 다른 방식으로 셈합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보면서는 '예순 일곱? 나보다 30년이나 더 살았군.', 어린 사람을 볼 땐 '스물다섯? 내가 12년은 더 살았군, 괜찮아, 나쁘지 않아.' 라며 당장 눈앞에 놓인 죽음을 인식합니다. 우리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냅니다. 그러나 결코 극복되지 않습니다.
지금의 삶 이전에 나는 다른 삶을 살았다. 죽음이 내 곁에 다가오기 전에는. 나의 죽음 말이다. 죽음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공포일뿐이다.
_<어둠이 오기 전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가운데
죽음학의 대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ubler-Ross, 1926-2004)가 일생을 죽음에 대해 연구하고 그에 관한 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했지만 그가 막상 죽음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연구가 아무 쓸모없었다는 것을, 그저 죽음은 고통과 공포라는 걸 고백합니다. 타인의 죽음을 다루는 '죽음학'은 나의 죽음에 결코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츠모리스 역시 '나의 죽음'을 강조합니다.
조금 읽고 누워야지.. 하고 집어든 책인데 결국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 번에 읽었습니다. 사이먼 피츠모리스는 이야기하는 재주를 타고난 훌륭한 영화감독입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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