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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코이너 씨 이야기'ㅣ베르톨트 브레히트, 풍자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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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코이너 씨 이야기'ㅣ베르톨트 브레히트, 풍자 산문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의 풍자 산문집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Stories of Mr. Keuner>입니다. 독일어 원서 제목으로는 <Geschichten vom Herrn Keuner: 코이너 씨 이야기>입니다. '코이너 씨' 혹은 'K씨'가 등장하는 산문은 1928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해 1950년대까지 이어졌으며 1929년에 대부분을 썼습니다. 브레히트는 '코이너 씨' 시리즈를 중간에 몇 편씩만 골라 발표합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약 85점의 산문이 실린 최종 판본은 브레히트 사후 유고집에서 발견된 15편의 이야기를 덧붙여 2004년에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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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대학에서 의학과 철학, 문학을 공부합니다. 그러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육군병원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합니다. 나치가 독일을 장악한 이후에는 스위스, 체코, 스웨덴, 핀란드 등을 떠돌다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동베를린에 정착합니다. 

 

 

'코이너 씨(Mr. Keuner)'는 사고가 간결하고 사려 깊은 사람입니다. '현자', 그것도 위트 넘치는 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코이너 씨 이야기들은 비유나 격언, 일화, 논평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대부분 'K씨'에게 제기된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그의 설명이나 대답은 명확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거나 듣고 싶어 하는 것들은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 K씨는 이런 물음을 받았다. K씨는 답했다. / "저는 다음 번 실수를 저지르려 수고하고 있습니다."

_<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ep.'최고 실력자의 수고' 

 

 

어떤 동료가 자신이 불친절하다는 비난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K씨는 들었다. / "알아. 하지만 내 등 뒤에서만 그래." / 하고 K씨는 그를 변호했다. 

_<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ep.'견딜 만한 비방' 

 

 

"그녀는 예쁘기 때문에 최근 성공했어." / K씨는 화를 내며 대답했다. / "그녀는 성공했기 때문에 예쁜 거야."

_<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ep.'성공'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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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가진 사람은 싸워서는 안 된다. 진실을 말하지도 말라. 누군가에게 봉사하지 말 것이며, 먹고사는 일로 연연하지 말라.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아는 척하지 말라. 깨달음을 가진 사람은 모든 덕목 가운데 오로지 하나, 곧 깨달음을 지키는 덕목만 유념하라."

_<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ep.'깨달음을 가진 사람은' 

 

책의 마지막 장 '옮긴이(번역가 김희상)의 말'에 따르면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독일에서는 나치를, 미국에서는 자본주의를, 다시 동독에서는 공산주의를 비판하며 현실의 모순에 맞서왔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처럼 생각이 실종된 사회에 '코이너 씨(Mr. Keuner) 이야기'는 생각하는 법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정보의 속도가 빠른 요즘 같은 시대에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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