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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ㅣ모니카 페트, 어른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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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ㅣ모니카 페트, 어른을 위한 동화 (풀빛)


독일의 아동문학가 모니카 페트(Monika Feth, 1951)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입니다. 이 책에는 <행복한 청소부> 외에도 모니카 페트의 동화 가운데 두 작품 <생각을 모으는 사람>, <바다로 간 화가>가 같이 수록돼 있습니다. 세 작품은 모두 비슷한 주제를 향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행복한 청소부> 아저씨는 독일 예술가의 거리에서 표지판을 청소하는 일을 합니다. 음악가와 작가들의 이름으로 된 간판을 닦는데 자신의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청소부입니다. 어느날 어린아이가 청소부 아저씨가 닦고 있던 표지판ㅡ작곡가 크리스토프 글루크(Christoph Gluck, 1714-1787)ㅡ을 보고 철자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문득 청소부 아저씨는 매일 닦는 표지판의 주인공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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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그 거리의 음악가와 작가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직접 공연장을 찾아가 음악을 감상하고 도서관에서 해당 작가들이 쓴 책을 읽습니다. 공연장에서 감상한 음악을 글로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표현이 절묘합니다. 

 

음악 소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어. 조심조심 커지다가, 둥글둥글 맞물리다. 산산이 흩어지고, 다시 만나 서로 녹아들고, 바르르 떨며, 움츠러들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우뚝 솟아오르고는, 스르르 잦아들었어. 아저씨는 오싹 몸을 떨며 멍한 상태에서 깨어났지.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우르르 걸어가는 발소리......,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왁자지껄 밖으로 나갔어.

_「행복한 청소부」 본문 가운데

 

클래식 공연과 공연장 분위기를 이처럼 맛깔스럽게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탁월합니다. 문득 공연장에 가고싶어지기까지 합니다. 

 

 

음악가, 작가에 대해 공부한 <행복한 청소부>는 표지판 청소일을 하는 동안 음악을 흥얼거리고 작가들의 문장을 낭송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청소부 아저씨에게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마을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네 곳의 대학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옵니다. 대학교수가 되고 유명해질 기회가 왔지만 그는 거절합니다.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_행복한 청소부」 본문 가운데

 

오로지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청소를 하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삶, <행복한 청소부>는 진정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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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작품으로 수록된 <바다로 간 화가>는 가난한 화가가 주인공입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를 보고 싶은 화가는 집에 있는 물건을 모두 내다 팔고 먹는 것도 줄여서 바다에 갈 돈을 마련합니다. 마침내 바다에 가게 된 화가는 설렘과 흥분으로 여행가방을 쥔 손에 경련이 일 정도입니다. 

 

세상에 자신의 꿈과 만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아. 화가도 그것을 알고 있었어. 섬으로 데려다줄 배를 타려고 기차에서 내렸을 때 그는 얼마나 흥분되었는지 몰라... 

화가는 바닷가에 서 있었어. 마음 속의 모든 말, 모든 생각이 조용해졌어.

_「바다로 간 화가」 본문 가운데

 

간절히 바라던 일과 마침내 만나게 되는 순간, '마음속의 모든 말 모든 생각이 조용'해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습니다. 

 

 

<바다로 간 화가>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려서 팔고 검소하게 생활했지만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가진 돈이 다 떨어진 화가는 다시 도시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화가는 그러나 자신의 형편을 비관하지 않습니다.

 

"도시로 돌아온 게 잘못이야!"

화가가 내게 말했어.

"모든 것을 잘 생각하고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지.

"하지만 난 슬퍼하지 않아. 바다를 보았고, 또 그렸으니까." 

_「바다로 간 화가」 본문 가운데

 

꿈 꾸던 바다를 보았고, 바다를 그린 화가는 그것 외에 어떤 것에도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어떤 선택에 대해 후회할 것도, 자책할 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꿈과 만나는 행운을 가진" 몇 안 되는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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