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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나는 언제나 옳다 The Grownupㅣ길리언 플린, 누굴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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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언제나 옳다 The Grownupㅣ길리언 플린, 누굴 믿을 것인가?


단편의 매력은 한 손에 쥐고 한자리에 앉아 단번에 집중해서 읽어내는 데 있습니다. 선선한 날씨에 하늘이 훤히 올려다보이는 거실 창가에 앉아 단편 읽는 재미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ㅡ문고판 장편도 비슷한 효과가 있지만ㅡ 오늘은 몰입도 좋은 단편을 한 권 골랐습니다.

 

발표한 작품 대부분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타고난 이야기꾼 길리언 플린(Gillian Flynn, 1971)의 단편소설 <나는 언제나 옳다 The Grownup>입니다. 2014년 발표한 이 작품으로 2015년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합니다. 길리언 플린은   <나를 찾아줘 Gone Girl>, <다크 플레이스 Dark Places>, <몸을 긋는 소녀 Sharp Objects> 등 뉴욕타임스 장기 베스트셀러 작품들을 써내며 스릴러의 진수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옳다>의 주인공 화자는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수음 테크닉을 발휘하는 일을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그 일을 더는 할 수 없게 되면서 옆 가게로 자리를 옮겨 점을 보며 '요령'으로 사람들의 기운을 읽어냅니다. 그 '요령'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구걸을 하며 익힌 것인데 만만한 사람들을 골라 적당한 연기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을 체득했습니다. 

 

예컨대 구걸할 때는 둘이서 붙어 다니는 여성, 관대해 보이는 독신여성, 수염을 기르거나 기타를 든 젊은이를 공략하면 대개 성공하고 빠르게 걷는 혼자 다니는 사람, 여럿이 무리 지어 다니는 여성, 정장입은 남성, 엄지손가락에 반지 낀 남성은 거의 실패라는 식입니다. 

 

 

어느 날 수잔 버크가 주인공의 점집을 찾아옵니다. 그녀는 카터후트 메이너(Carterhook Manor) 가문의 저택에 사는데 괴이한 일이 끊일 줄 모르는 이 낡은 저택 문제로 지칠 대로 지진 상태입니다. 주인공은 역시나 '요령'으로 점을 보기 시작하고 수잔의 신뢰를 얻습니다. 

 

봤지? 잘못 추측한 것은 대부분 만회할 수 있다. 이 여성은 40대다. 40대쯤 되면 대부분 잠에서 깰 때 온몸이 쑤신다. 광고에서 본 얘기다.  

_「나는 언제나 옳다」 본문 가운데

 

주인공 화자는 퇴마사를 자처하며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카터후트 메이너 저택으로 갑니다. 이곳에서 수잔의 의붓아들 마일즈를 마주치는데 오만함과 자부심 넘치는 표정에 위협적인 태도로 주인공을 경계합니다. 몇 차례 퇴마작업을 위해 방문한 카터후트 저택에서 여러 의문스러운 사고를 겪게 된 주인공은 결국 퇴마사 역할을 포기합니다.  

 

 

그 과정에 마일로에게서 수전이 주인공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집으로 끌어들였으며 더 머물다가는 의붓아들인 자신과 함께 수전의 손에 죽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수전은 마일로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말해왔는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마일로와 함께 수전을 피해 의문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카터후트 저택을 탈출하게 됩니다. 

 

"어느 쪽을 믿을 건지는 아줌마가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수전이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내가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어느 쪽을 믿는 편이 좀 더 마음 편한가요?" 

_「나는 언제나 옳다」 , 마일로의 말

마일로는 주인공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습니다. 마일로의 심기를 거스르면 유괴범으로 몰릴 판이고 전과가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경찰서로 차를 몰 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마일로가 가자는 데로, 하자는 대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합리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린 마일로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못난 어른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옳진 않더라도 나름 합리적인 일 아닌가. 

(...)

나는 침대에 누워 옆방과 연결된 문을 쳐다보았다. 

문 앞으로 옷장을 끌어다놓았다.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_「나는 언제나 옳다」 , 주인공의 독백

 

<나는 언제나 옳다>는 결국 무엇이 진실이고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옳다'는 주인공의 불안 가득한 반쪽짜리 확신만 남았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어도 수수께끼 같은 책, 중간중간 다시 책장을 넘겨보며 나름의 추리를 해 볼 뿐입니다.

 

스릴러 소설을 즐기지 않았는데 길리언 플린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어 집니다. 재미있습니다.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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