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책]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ㅣ에드거 앨런 포

728x90
반응형


[책]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ㅣ에드거 앨런 포 (민음사)


미국 단편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의 소설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입니다. 민음사에서 출판한 <검은 고양이>에는 이 작품과 짝을 이루는 <고자질하는 심장>을 포함한 여덟 개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적인 단편으로 광기, 분노, 악마성 등 인간의 잔혹한 내면을 파헤친 작품입니다.  

 

728x90

 

에드거 앨런 포는 태어난 지 1년 만에 부친이 떠나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사망하면서 상인 존 앨런에게 입양됩니다. 양부와의 갈등으로 1826년 버지니아 대학교를 자퇴하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기괴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기묘한 작품들은 환상 공포문학의 대명사로 꼽힙니다. 포가 26세이던 해에 열세 살 연하의 사촌과 결혼하지만 아내는 23세에 요절합니다. 개인적 불행과 방황이 전 생애에 걸쳐 계속되고 1849년 40세의 나이에 볼티모어의 길거리에서 인사불성인 상태로 발견되고 며칠 뒤 사망합니다. 그의 죽음에 관한 여러 추측이 있으나 명확한 사인과 전후 사정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이 책 <검은 고양이, 1843>는 에드거 앨런 포의 가장 어두운 작품 중 하나로 화자인 주인공이 사형집행 전날 자기 생을 되돌아보는 증언을 남기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도입부가 너무도 평화롭게 시작되고 있어 본론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합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도입부로 돌아오면 화자인 주인공이 '제정신이 아닌'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검은 고양이>는 알코올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한 에드거 앨런 포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입니다.

 

나 자신의 감각들조차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증거를 거부하는데, 남들이 그것을 믿어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실로 정신 나간 일이리라. 하지만 난 분명 미친 것도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죽음을 목전에 앞두고 있으니, 오늘 내 영혼의 짐을 덜고자 하는 것뿐이다. 내 일차적인 목적은 한갓 집안일에 지나지 않는 아주 평범한 일련의 사건을 분명하고 간결한 언어로(…)

_「검은 고양이」 본문 가운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의 고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담담하고 자신의 행위가 별 것 아니라는 듯한 무심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아주 평범한', '한갓 집안 일' 등의 표현들이 화자의 잔혹함ㅡ비록 정신질환이라 할지라도ㅡ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난 분명 미친 것도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표현은 주인공이 광기와 정신착란 등으로 비난받았음을, 또한 그의 범죄가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암시합니다.  

 

 

주인공 화자는 자신을 미화하는 것으로 증언을 시작합니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온순하고, 사려 깊고, 남다르게 여리고, 동물을 특히 사랑하고, 그들을 쓰다듬어 줄 때가 가장 행복한, 그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유지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친절하고 유약하고 따뜻한 면이 '남들의 의견'이라는 안전장치도 잊지 않습니다.

 

반응형

 

에드거 앨런 포가 공포물의 대명사가 된 것은 아마도 범죄자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 덕분일 겁니다.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주인공은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여러 반려동물들을 데려와 같이 살아갑니다. 그 가운데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도 있습니다. 플루토가 특히 주인공 화자를 따르고 자신도 그를 유독 좋아했다는 설명을 정성스럽게 덧붙입니다. 여기까지가 그의 광기 어린 악마성에 대한 예고입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주인공은 이후 <검은 고양이>에 대한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아내마저 살해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철저하게 은닉하지만 결국 자신의 광기로 인해 모든 죄가 발각됩니다. 에드거 앨런 포 특유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가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도착적인 심리'라는 것인데 <검은 고양이>에서도 그 장치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를 회복 불가능한 파멸에 결정적으로 몰아넣기 위해서 이기라도 하듯 도착적인 심리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도착적인 심리란 인간 감정의 원초적 충동 중 하나, 즉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인간으로부터 결코 분리해 낼 수 없는 본질적 기능 내지 감정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

_「검은 고양이」 본문 가운데

 

광기 어린 논리를 쏟아내는 주인공의 증언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습니다. 광기와 논리가 공존하는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이 어느 정도ㅡ혹은 완전히ㅡ 미쳤기 때문에 특유의 논리를 더 갈망하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변호할ㅡ변명할ㅡ 유일한 존재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영화로 본 듯 생생한 장면 묘사가 한참을 <검은 고양이>에 머물러 있게 합니다. <검은 고양이>의 도입부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책을 덮습니다. 


2023.10.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