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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여행하지 않을 자유 The Art of Stillnessㅣ피코 아이어, 잃어버린 고요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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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하지 않을 자유 The Art of Stillnessㅣ피코 아이어, 잃어버린 고요를 찾아 (문학동네)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 회의하게 하는 책입니다. 평생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작가로 살아온 피코 아이어(Pico Iyer)는 문득 여행에 대해 자문하게 됩니다. 잠시 일을 내려놓고 일본 교토의 단칸방에서 1년간 살면서 여행이라는 화두를 풀어보기로 합니다.

 

이 책 <여행하지 않을 자유, The Art of Stillness>는 바로 그 고찰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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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 아이어가 일이라는 안전망을 내려놓고 일본 교토로 향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자꾸 전화를 걸어 염려 섞인 꾸짖음을 늘어놓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고등교육을 통해 이 세상 어디든 가 닿아야 인생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것은 마치 '사이비 은퇴자 행세'ㅡ피코 아버지의 표현ㅡ로 비친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설명입니다.  

 

속도의 시대에, 느리게 가는 것보다 더 활기찬 일은 없으리라. 산만함의 시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보다 더 호화로운 기분이 드는 일도 없으리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시대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으리라.

_「여행하지 않을 자유」 본문 가운데

 

 

피코 아이어는 쉼 없이 여행하며 세속적인 성공을 누리고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다 참선하는 삶으로 들어간 레너드 코언(Leonard Norman Cohen, 1934-2016)을 찾아갑니다. 레너드 코언은 좌선(명상)에 대해 "좌선은 지구에서 61년 동안 살며 알아낸 진정 심오하고 육감적이고 맛있는 즐거움이며 진짜 축제" 라고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합니다. 코언에게는 좌선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지속적인 행복에 가장 근접한 삶의 형태이며 아무 데도 가지 않기야말로 바깥의 모든 장소를 이해할 수 있는 원대한 모험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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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쯤 피코 아이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음의 지혜에 관한 명언을 몇 가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불행은 전부 한 가지 단순한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 사실이란, 사람들은 도무지 방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_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수학자)

 

이 세상에서 마주치는 혼란의 반은 우리가 얼마나 적은 것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_리처드 E. 버드(Richard Evelyn Byrd, 탐험가)

 

무턱대고 아무거나 하지 마, 가만히 좀 앉아 있어. _일본 교토 사람들

 

특히 토머스 머튼의 말이 와닿는데 그는 "사색하는 삶의 기이한 법칙"으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언젠가 저절로 해결된다. 혹은 언젠가 삶이 당신을 대신해 그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 문제에서 스트레스를 거둬들이라고 제안합니다.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사색하는 삶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피코 아이어는 요즘 친구들에게 '아무 데도 가지 않기'로의 여행을 추천합니다. 그가 테드(TED) 강연에서도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보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여행방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여행은 여정이 어디에서 어떻게 끝날지도 알 수 없고 그 여정에서 보게 될 것이 무엇인지도 감히 짐작하지 못할 것이라며 열렬히 홍보합니다. 

 

레너드 코언(Leonard Norman Cohen) 역시 '아무데도 가지 않기'로 여행을 떠나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 정신이 각성하고, 생기가 넘치고, 심장이 더 세차게 뛸 수 있다며 이 여행이 가져다주는 축복을 예찬합니다. 

 

 

업무와 일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행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런데 여행 작가로 전세계를 종횡무진한 작가 피코 아이어가 '여행하지 않을 자유', '아무 데도 가지 않기로의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 이토록 힘주어 말하는 것을 보면 한 번쯤 그의 말에 귀기울여볼 만한 일입니다. 여행을 다녀와도 고단하고 지루한 일상에 변화가 없고 오히려 더 피곤하고 힘들다면, 그때가 바로 '여행'이라는 화두를 다시 꺼내봐야 할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꾸지 못한다면 비싼 돈을 들인 여행도 그저 또 다른 스트레스일 뿐이겠지요.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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