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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L'Atelier Giacomettiㅣ장 주네 Jean Genet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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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L'Atelier Giacomettiㅣ장 주네 Jean Genet (열화당)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와 프랑스 작가 장 주네(Jean Genet, 1910-1986)의 만남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L'Atelier Giacometti>입니다. 장 주네가 자코메티의 아틀리에를 방문하면서 경험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쓴 글인데 자코메티의 조각작품에 대한 장 주네의 예술론이자 자코메티에 관한 가장 통찰력 있는 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퍼즐조각 맞추듯 되짚어보면 두 사람의 작품이나 세계관이 무척이나 닮아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코메티의 작품은 뼈만 남은 듯 가늘고 긴 조각상이 특징입니다. 대표작으로 <L'Homme au doigt(가리키는 사람), 1947>과 <L'Homme qui marche(걷는 사람), 1961>이 있으며 'L'Homme au doigt'는 경매에서 1억 4130만달러에 낙찰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품 중 하나입니다. 자코메티의 작품은 그 자신조차 작품에 대해 '괴상망측한(biscornu)'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은 분명코 아닙니다. 장 주네가 자코메티 역시 '괴상망측'하다고 한 것을 보면 작품은 작가를 닮습니다.  

 

그(자코메티) - 이건 참 괴상막측하지 않소? 그는 이 '괴상망측한(biscornu)' 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 역시 꽤나 괴상망측한 편이다. 

_「자코메티의 아틀리에」 본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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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괴상망측'함에 대해 장 주네는 자코메티가 거짓된 외양이 벗겨진 후 인간에게 남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자기의 시선을 방해하는 것을 치워 버릴 줄 알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실용적이지만(미적으로 아름다운) 거짓된 외양을 성공적으로 벗겨낸 후 우리에게 제시하는 이미지가 바로 자코메티의 '괴상망측한' 조각이며 이것을 장 주네는 "굉장하다"라고 평합니다. 

 

그의 조각상들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이 혈통적 유사성은 개개의 인간 존재가 마지막으로 모여들게 되는 지점, 더는 다른 무엇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 소중한 귀착점에서 비롯하는 것 같다... 부수적이고 하찮은 일들이 사라져 없어진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겠는가. 

_「자코메티의 아틀리에」 본문 가운데

 

 

자코메티는 살아 있는 존재나 사물 모두를 각자의 가장 소중한 고독 속에서 발견하고자 한 예술가입니다. 그가 자주 되뇐 생각이 "가치있게 해야 한다..." 라고 장 주네는 적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는 모든 존재와 사물을 하찮은 시선으로 보아 넘기는 법이 없습니다. 의자에 걸린 수건, 촛대, 등 모든 것을 그 자체로 사유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은 촛대다. 이게 그거다." 촛대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돌연한 확언은 화가를 일깨운다... 대상들에 대한 놀랄 만한 존경심. 각개의 대상은 '홀로' 있을 수 있기에 아름답다. 그 안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

대상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혼자다... 지금 있는 이대로의 나, 그리고 나의 고독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신의 고독을 알아본다."

_「자코메티의 아틀리에」 본문 가운데

 

장 주네는 자코메티의 예술에 대해 대상들 사이의 관계를 맺어 놓은 사회적인 예술이 아니라며 자코메티의 작품과 사유는 모든 사물의 고독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순수한 지점에 이르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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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주네와 이야기를 나누던 자코메티가 작업에 들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헤어나 옷차림에는 거의 무심한 예술가 자코메티는 친구와의 대화를 잠시 마무리하고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몰입해 들어갑니다. 장 주네는 이 상황에 대해 "이제 나는 그의 안중에 없다."라는 근사한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장 주네는 모두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작품 뒤로 사라지는 쪽을 택한 작가이며 예술가입니다. 문학의 정수, 예술의 정수를 찾고자 한 두 사람의 만남과 그에 관한 기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해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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