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젊은 여성을 위한 인생론 Of Men and Womenㅣ펄 벅 (범우사)
미국 최초의 여성 노벨상(1938년) 수상 작가인 펄 벅(Pearl Buck, 1892-1973)의 책입니다. 한국어판 제목은 <젊은 여성을 위한 인생론>이며 영어 원서로는 <Of Men and Women; How to Be for Each Other, 1941>,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관한 탐구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펄 벅(Pearl Buck)은 생후 3개월만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줄곧 자랐으며 1930년대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 성 역할과 기대치에 관한 문화적 차이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미국 가정의 권력 역학에 대한 탐구에 적용해 이 책을 집필합니다.
책은 6개의 짧은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tmi.범우사의 문고판 책은 작고 얇아 읽기 편해서 좋습니다.
- 불화
- 남자와 여자의 접촉
- 여성과 자유
- 중국과 미국의 가정
- 남자란
- 여자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려운 경제적, 정치적 상황에도 남녀가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던 펄 벅은 이 책을 통해 평등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솔직한 견해를 담아냅니다. 그녀는 글을 통해 선구적인 여성인권운동가이자 인도주의자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 책에서 인간의 완전한 자유는 남성과 여성이 가장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는 분위기에서 구현된다고 말하며, 남녀가 손을 잡고 그것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분명한 요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운 바 그 지식을 사용하여 남성과 평등한 기회를 갖게 되든지 하는 그 어느 경우가 아닌 한, 미국 여성은 참된 만족을 느끼지 못하리란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미국 남성도 여자들이 행복해질 때까지는 참된 행복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_「젊은 여성을 위한 인생론」 본문 가운데
가정 내에서의 가족간의 역학관계에도 주목합니다. 남자, 여자, 자식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 세 개의 변이 평형을 유지하고 균형을 가질 때 비로소 세 사람은 완전한 개인이 되고 동시에 완전한 일체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한쪽이 길고 강하며 다른 두 변이 짧고 약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부연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펄 벅의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만 20세기 초에는 꽤나 대담하고 독창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걸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는 이 책에 대해 "현명하고 재치 있고 무자비하고 재미있는"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해 가며 궁극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펄 벅은 남자와 여자는 모두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운 존재(평등)라고 전제합니다. 다만 태어난 뒤 불공평이 시작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잘못된 여성 교육 방식을 지적합니다. 구세대의 단순하고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문제 삼고 여성이 꾸준한 학습과 자기 계발로 성공과 만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훌륭한 교육을 받은 여성일수록 미국 사회에서 불만을 갖게 되겠지요.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의 중요성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가치를 제공해 줍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정 내에서의 역할을 주로 담당하던 20세기 초반 펄 벅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행복한, 평등한 사회를 위한 해법으로 '일하는 여성'을 언급합니다. 동시에 여성들의 국제적인 연대,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것의 중요성도 제시합니다.
여성의 진보를 가져다줄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일하는 여성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일하는 여성의 수가 늘었으면 하고 바란다!
_「젊은 여성을 위한 인생론」 본문 가운데
1931년 출간된 중국의 생활상을 배경으로 한 소설 <대지, The Good Earth>로 처음 펄 벅(Pearl Buck)을 알게 됐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193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1938년 노벨문학상을 받습니다. 청소년 필독서라 저 역시 10대시절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1941년에 이 책 <젊은 여성을 위한 인생론>을 집필했는데 펄 벅이 일생에 걸쳐 시민권과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기 위해 일한 것과 흐름을 같이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세계에 대한 진솔한 고찰, 여성과 남성의 관계, 가부장적 가치관, 가족, 교육,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폭넓은 주제는 21세기인 지금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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