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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늙어감에 대하여ㅣ장 아메리,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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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늙어감에 대하여ㅣ장 아메리,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돌베개)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장 아메리(Jean Amery, 1912-1978)의 책, <늙어감에 대하여; On Aging, 1968>입니다.

 

장 아메리는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대인으로 부친은 제1차 세계대전 전투 중 사망하고 장 아메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 생환한, 세계사적인 비극을 겪은 인물입니다.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합니다.  

 

장 아메리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쓴 <죄와 속죄의 저편; At the Mind's Limits: Contemplations by a Survivor on Auschwitz and Its Realities, 1966>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1964년까지 장 아메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겪은 일을 어디에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해 독일의 시인 헬무트 하이셴뷔텔의 권유로 마침내 이 책을 썼고 책의 출간은 동시대 지식인들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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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6년, 장 아메리는 <늙어감에 대하여>의 속편 격인 <자유죽음; On Suicide: A Discourse on Voluntary Death, 1976>을 출간합니다. 자발적 죽음 즉, 자살을 인간 존엄의 문제로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전세계에 강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장 아메리는 197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 책 <늙어감에 대하여>는 나이들어 가는 것에 대한 단상을 적고 있습니다. 소위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등과 같은 늙음에 관한 위로는 잠시 밀어놓고 늙어감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해 보자고 말합니다. 

 

"젊어서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은 늙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누구도 젊어서 죽고 싶지 않으며, 아무도 늙으려 하지 않는다. 참으로 하나마나한 진부한 말이다. 그러나... 더 할 수 없이 선명한 진리로 울림을 남긴다.

 

_「늙어감에 대하여」 '위로가 아닌 진실을' 가운데

 

 

저항과 체념. 늙어감에 대해 생각할 때 이 두개의 감정보다 그 상황을 잘 묘사하는 게 없습니다. 늙어감에 저항하지만 결국 체념하게 되는, 늙는다는 것은 어떠한 미사여구와 철학적 통찰을 갖다 댄다 해도 결국 누구도 원치 않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늙음에 대해 장 아메리는 '투명인간'이라는 표현을 써서 뼈아픈 진실을 보게 합니다.

 

'세계'는 늙어가는 사람을 파괴했다. 파리를 산책하고 싶었으나 그를 무시하는 대중에게 부정되어 거리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시골 변호사 A처럼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투명한 물질을 보듯 그를 꿰뚫어 지나가는 타인의 시선이 A를 부정했다.    

 

_「늙어감에 대하여」 '저항과 체념의 모순에 직면하기'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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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아메리는 늙어감의 '기본 상태'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비참함과 불행함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비참함과 불행함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참하다는 말은 어떤 고통이 치유될 수 없을 것이라는 어렴풋한 의식이 가져다주는 답답함이다. 불행함이란 그것을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실존의 공간을 채우는 어떤 확신이다.

 

_「늙어감에 대하여」 본문 가운데

 

 

장 아메리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누려 마땅한 은퇴생활"이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결국 "늘 새로운 형세와 국면으로 변화하는 역동적 현실로부터의 추방"을 뜻한다고 부연합니다. 보통 은퇴를 묘사할 때 내려놓음, 물러남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추방'이라니, 꽤 자극적입니다. 그러나 틀리지 않은 용어입니다.  

 

노후에 관해 이야기하던 60대 초반의 모 대학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65세 은퇴 후 삶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연금 꼬박꼬박 받으며 폭삭 늙거나 호기롭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폭삭 망하거나.' 같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같이 웃었지만 서글픈 그늘이 남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나는 언제 진짜 사는 것처럼 살까? 내 인생을 끊임없는 혁신과 부단한 모순의 과정으로 이끌기를 언제부터 포기했을까? 

 

_「늙어감에 대하여」 본문 가운데

 

늙어감의 진짜 얼굴은 이러하다, 그러니 이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장 아메리가 우리에게 숙제처럼 남겨놓은 질문입니다.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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