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ㅣ플로리안 아이그너, 양자물리학자 (동양북스)
'성공은 다 운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질문을 부제로 앉힌 과학도서입니다.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인데 플로리안 아이그너(Florian Aigner, 1979)는 오스트리아의 양자물리학자입니다. 미신이나 신비주의적 주장을 과학적으로 반박해 내는 것이 주특기인 과학 저널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우연'과 '삶'의 상관관계, 우연의 과학적 해석이 궁금합니다.
150년 전만 해도 우연을 그저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카오스 이론, 양자물리학)은 이 질문에 대해 조금은 차별화된 시각을 열어준다.
책 제목에서 예상한대로 양자물리학이 등장합니다. 거시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거의 이해 불가능한 미시세계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양자 입자, 관찰되지 않을 땐 파장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관찰되는 순간 입자로 움직이는, 경로를 남기지 않고 이곳저곳에 순식간에 존재하는 그야말로 '신기'한 양자물리학 입자는 우연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임에 틀림없습니다.
양자물리학을 죽을 때까지 받아들이지 못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과 양자물리학에 중요한 획을 그은 닐스보어(Niels Bohr, 1885-1962)의 대화가 유명한데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 해 차이로 나란히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두 물리학자의 뚜렷한 견해 차이는 어쩌면 닐스보어가 동양철학에 꽤나 관심이 있었던 것과 연관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논증이나 인과관계를 주된 방법론으로 여기는 서양철학에 비해 직관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동양철학이 양자물리학에 훨씬 가깝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원인 없이 일어나는 순전한 우연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 속했다. 그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닐스 보어는 "신이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하지 마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성공에 대한 조언이 쓸데없는 이유'라는 소제목을 단 부분인데 특히 지금 시대에 유용한 조언입니다. 모든 것이 다른 상황에 특정인의 성공담을 카피하거나 실패담을 회피한다? 저자의 말대로 '쓸데없는' 일 아닐까요. 과학 저널리스트의 사이다발언입니다.
각 개인의 성공과 실패는 상당히 우연한 사건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연히 편안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세상에 알릴만한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 최악의 경우 성공에 관한 자기계발서를 집필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콕 집어 이것을 결론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다만 제 나름으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 저자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정리해봅니다.
ㅣ카오스 이론을 통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ㅣ성공에는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나 희생이 들어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성공의 대가가 골고루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이런 표현으로 의견을 정리합니다. 성공한 사람의 사회 기여는 칭찬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까지 이어지는 과학입니다.
우연에 너무 많은 권력을 위임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양자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강력추천!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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