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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ㅣ김영하, 소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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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ㅣ김영하, 소설 (문학동네)


단지 내에 고양이가 몇 마리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등교시간에 길목에 나와 앉아 간식 얻어먹는 고등어를 제일 많이 만나는데 성격이 좋아 사람을 피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 구역 서열 1위인 듯 포스가 남다릅니다. 가끔 보이는 치즈냥이는 캣맘들이 놓아둔 사료 먹는 모습을 가끔 보는데 오늘도 아침 산책길에 만났습니다. 밥그릇을 풀 숲에 숨겨두지 않아도 괜찮은 고양이 친화형 마을입니다. 저녁에 운동하고 단지 한 바퀴 도는데 가로등 밑에 카오스냥이가 우두커니 앉았습니다. 한여름에 코트 걸친 듯 멋스럽습니다. 집엔 턱시도 다콩이가 있고, 코숏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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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김영하 작가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빌려왔습니다. 어제 오디오북으로 김영하 작가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읽으면서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 답답했는데 이 책도 제목부터 고구마 느낌이 나는 걸 보면 지금이 뭔가 제가 '고구마 책' 읽는 시즌인가 봅니다. 책은 13편의 단편으로 구성돼있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에도 모호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다 읽고 나서는 음.. 지금도 내가 모르는 어떤 일들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상인 듯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는, 당연한 듯 묘한 시공간적 감각을 던져줍니다.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라는 존재는 어지러이 둔갑을 거듭하는 허깨비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살아 있는 것은 지금껏 내가 쓴 것들일 것이다. 

 

에필로그 작가의 말에서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과 김영하 작가의 말은 언뜻 양자물리학 만큼이나 혼란스러우면서도 그것이 정말 '살아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인식하는 것만이 실재한다고 하면 생명인 우리 인간보다 활자가 명백히 살아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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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아이스크림> 입니다. 주인공은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자 소비자상담실에 전화를 하고 '부장'이라는 직함의 대기업 직원이 집으로 방문합니다. 아이스크림을 수거하고 고급 초콜릿과 홍보물품을 사과의 의미로 건네주고 갑니다. 주인공은 그 '부장'에 대해 생각합니다.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는 데는 높은 직함이 유리하다는 것에서 시작한 상상입니다. 

 

제과회사의 소비자상담실에 모여 있는 중년의 남자들. 말쑥한 양복을 입고 읽은 신문을 또 읽고 또 읽으며 시간을 죽이는 남자들. (...) 명예퇴직자 박부장, 관리직 모집이란 말에 혹해 이력서를 들고 찾아왔던 우리의 박 부장은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신고가 들어온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심지어 나에게 조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고,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아무도 모릅니다. 인간의 기준에서 실제적이고 논리적인 것보다 궤변처럼 들리는 이야기가 더 진실에 가까운지도 모를 일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입니다.   

 

무.슨.일.이.일.어.났.는.지.는.아.무.도.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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