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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코끼리의 마음ㅣ톤 텔레헨, 나답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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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코끼리의 마음ㅣ톤 텔레헨, 나답게 살기 포기하지 않기 (아르떼)


꾸준히 크고 작은 도전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도전 과제가 다소 상식을 벗어난다는 것인데 평생 피아노만 치던 사람이 축구선수가 되겠다거나, 평생 회계사로 일하던 사람이 화가가 된다거나 하는 일이 예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주변의 반응은 대부분 '왜? 너무 늦은 거 아냐? 되겠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주로 상식이나 일반적인 지혜에 의지해서 살게 되니 당연히 이런 반응을 하겠지요. 

 

나무 타는 코끼리,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나무를 들이받는다면 모를까. 나무에 오르고 꼭대기에서 춤까지 추려는 코끼리가 주인공인 동화소설 <코끼리의 마음> 입니다. <고슴도치의 소원>을 쓴 네덜란드의 동화작가 톤 텔레헨(Toon Tellegen, 1941)의 코끼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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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마음>의 주인공 코끼리는 매일 묵묵하게 나무에 오르고 당연히 떨어집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무에 오르고 또 떨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다른 동물들은 이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 코끼리가 또 나무에 오르다 떨어졌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일상적인 일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나 코끼리는 포기하지 않고 나무에 오릅니다. 그냥, 좋아서.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그래서 몸이 아프다고 화를 내거나 투덜대는 법도 없습니다. 밤엔 푹 자고 또 다음날 나무에 올라가기만 반복할 뿐입니다. 다른 동물들이 어리석다고 바보같다고 할 땐 가끔 정말 그렇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묵묵히 도전을 이어갑니다. 밤중에 자다 깬 코끼리는 다른 동물들이 자신에게 한 말인지, 자기 내면의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생각들에 휩싸입니다. 주변의 평가와 시선에 마음이 쏠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코끼리는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어제 일을 떠올려보았다. 바보같고, 오만하고, 생각은 짧고, 구제불능, 제멋대로에, 우스꽝스럽고, 뭐 하나 잘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톤 텔레헨의 동화소설 <고슴도치의 소원>에서도 다람쥐가 속 깊은 친구로 나왔었는데 <코끼리의 마음>에서도 좋은 친구로 등장합니다. 코끼리에게 따뜻한 격려를 담은 편지를 씁니다. 

 

매번 나무에서 떨어지는 너를 우리가 바보로 여긴다고 생각할거야.

그래 우리는 네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존경스럽기도 해!

우리는 못 하는 건 절대 안 하지만 너는 하잖아.

우리는 무슨 일을 시작할 때마다 고민하고 재고 따지는데

너는 일단 시작하고 보잖아. 

우리는 실수를 하거나 잘못 판단할까 봐 두려운데

너는 우리가 모르는 뭔가 중요한 것을 아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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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조금 다른 길을 가려고 할 때, 그것이 상식적으로 더 나은 길이라고 볼 수 없을 때, 엉뚱하고 바보스럽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실패가 뻔히 보이는 길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친구가 있다면 말리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그러나 그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그건 나의 두려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가 겁나서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 도전하려고 할 때, 그 사람이 혹시 성공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게 확인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말입니다. 혹은 실패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상대에게 덧씌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코끼리의 계속된 나무 타기 도전에 엉뚱한 반응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커다란 날개로 훨훨 날아 나무 위에 쉽게 올라갈 수 있고 그 위에서 춤을 출 수도 있는 나비입니다. 코끼리를 닮기 위해 억지로 있는 날개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에 오르고, 심지어 쿵! 하고 떨어져 보려고도 합니다. 그때마다 날개가 펼쳐지면서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화를 내고 자신이 나비라는 사실에 좌절하기까지 하니, 가진 것에 고마워할 줄 모르는 존재로 등장하네요. 

 

나비는 다시 떨어지려 했지만 또다시 날개를 펼치고 말았다. 나는 코끼리 하고 하나도 안 닮았어. 그리고 자기가 잘못한 모든 일에 대해 화를 냈다. 나는 정말 나비일 수밖에 없다.

 

 

책의 뒷부분에 코끼리의 일기가 수록돼 있습니다. 나무를 오르는 자신의 모습, 그런 자신에게 나름의 충고를 해대는 동물들의 말, 그런 생각들 끝에 결국 코끼리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닫습니다. 소위 '현명하고, 신중하고, 숙고 끝에 내린' 세상이 지혜롭다고 말하는 결정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엉뚱하고 즉흥적이고 바보 같아 보이지만 온전한 자신의 색이 묻어있는 결정을 믿고 따르기로 합니다.  

 

나는 잘못된 결정이 좋아

즉흥적으로 내린

매일 되풀이되는 그런 결정들

 

그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경고한다. 

"너는 또 끝이 안 좋을 거야."

 

그래도 나는 결코 그만두지 않아.

 

금방 나무에서 떨어질 테고, 몸이 다칠 테고, 그렇게 끝이 안 좋겠지만 코끼리는 나무에 오르는 게 좋습니다. 나무를 잘 타서가 아니라 그냥 나무에 오르는 게 좋아서 그 일을 반복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코끼리의 마지막 말이 정말 멋지고 코끼리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격려가 됩니다. "그래도, 나는 결코 그만두지 않아."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도전 자체도 포기해 버린 다른 동물들이 실패한 것이지 코끼리는 실패한 적도 없고, 실패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파이팅!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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