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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나무처럼 살아간다ㅣ리즈 마빈, 적응과 생존의 지혜 (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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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무처럼 살아간다ㅣ리즈 마빈, 적응과 생존의 지혜 (덴스토리)


나무에 관한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그 가운데 유영만 교수의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를 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유영만 교수의 가볍지 않은 언어유희를 재미있어하는 것 같습니다. 2년 전쯤 집에 놀러 온 후배에게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를 빌려줬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네요.

 

이 책 리즈 마빈(Liz Marvin)의 <나무처럼 살아간다, How to be more Tree> 역시 나무에 관한 산문입니다. 59종의 나무에 관한 저자의 짧은 생각들을 엮었는데 일러스트가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그림책 같기도 합니다. 그림이 너무 예뻐 작가가 누군지 찾아보니 호주 멜버른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 작가 애니 데이비슨(Annie Davison)입니다. 나무들 마다 특징을 잘 살려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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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생각하면 누군가 옮겨 심지 않는한 태어난 그 자리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인간의 시선으로 볼 때 나무는 주변 경관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옆에 자라는 나무나 꽃이 성향과 잘 맞지 않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없고 비바람이나 혹독한 기후를 피해 숨을 수도 없습니다. 나무의 생존력과 적응력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처럼 살아간다>에 나오는 59종의 나무들은 나름의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나무의 식생을 관찰하고 지혜를 얻어낸 저자 리즈 마빈의 통찰이 흥미롭습니다.

 

최대 2천 년을 사는 주목은 아주 천천히 자라는 대신 뿌리를 넓고 깊게 내리고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한다고 합니다. 다른 나무와 달리 속이 텅 빈 경우가 많아 나이테를 세기 어려워 수령을 알기도 어렵습니다. 리즈 마빈은 이런 주목을 들어 '지혜롭고 나이 지긋한 나무들의 할머니'라는 별칭을 지어줍니다.

 

주목처럼 천천히 가도 좋지 않을까. 물론 약간의 신비주의도 나쁘지 않다. 

 

 

목차를 보다가 '나의 자리 찾기'라는 소제목이 보여 이런 철학적인 문장에 어울리는 나무가 뭘까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은백양(Populus alba, 은버들)이라는 나무입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데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나무라고 나옵니다. 은백양 거의 모든 유형의 토양에서 잘 자라지만 유독 빛을 좋아해 음지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은백양에서 리즈 마빈은 이런 통찰을 끌어내는군요. 좋고 싫은 것이 확실한 은백양을 칭찬합니다. 

 

편치 않은 자리에서 억지로 참고 버틴다고 언젠가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게 생각하면 은백양은 장점이 아주 많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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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본 동화 <어린 왕자>에서 처음 알게 된 바오바브나무(Baobab)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바오바브나무는 아프리카 사바나의 혹독한 기후에도 잘 자라며 물을 저장하기 위해 팽창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2천 년까지도 산다고 합니다. 외형만 봤을 때 한국인으로서는 무척이나 이국적인 나무입니다. 둥치가 굵다 못해 뚱뚱하다는 느낌마저 주는,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의 그림에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리즈 마빈은 이런 바오바브나무에서 꼿꼿하고 당당한 태도를 봅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재미있는 표현에 웃음이 터집니다. 

 

땅에 거꾸로 처박힌 것같이 생긴 나무에 이런 면이 있다니, 정말 다시 볼 수밖에 없다. 

 

바오바브나무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저도 볼 때마다 코끼리 다리 같다거나 거꾸로 물구나무 선 듯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음을 들킨 것 같습니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마다하지 않는 바오바브나무의 생애에 경의를 표합니다.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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