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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맡겨진 소녀 Fosterㅣ클레어 키건, 영화 '말 없는 소녀' 원작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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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맡겨진 소녀 Fosterㅣ클레어 키건, 영화 '말 없는 소녀' 원작 (다산책방)


ㅣ작품 및 작가 소개

 

수채화 같은 책. 읽는 내내 눈앞에 옅은 수채물감으로 그려진 풍경이 그려지는 소설입니다. <맡겨진 소녀, Foster>는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 1968)의 단편소설로 2022년에는 영화로도 각색되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말 없는 소녀, The Quiet Girl> 입니다.

 

영미권에서 키건은 이미 이름난 작가이지만 국내에서는 2023년 올해 이 책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선보이는 키건의 작품 인 셈입니다. 클레어 키건은 다작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24년의 작품 활동 기간 동안 단 4권의 책만 펴냈으나 그 작품만으로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강렬한 색깔을 가진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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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소설의 내용 및 서평

 

소설 <맡겨진 소녀>의 주인공은 아일랜드의 시골에 사는 어린 소녀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아이가 많은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라온 소녀는 막내를 임신한 엄마가 출산할 때까지 먼 친척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집니다.

 

 

긴장 속에 자다가 침대에 오줌을 싼 소녀가 민망해할까 봐 방이 습해서 매트리스에 습기가 찼다며 세척하고 말릴 만큼 배려심 있는 킨셀라 아주머니 내외는 소녀에게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돌봄과 사랑을 베풀어줍니다. 함께 걸을 때면 손을 잡아주고 보폭을 맞춰주는 킨셀라 부부에게 소녀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을 갖게 됩니다. 부모보다 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것에 대한 묘한 죄책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머니와 손을 잡고 걸으며) 나는 이런 기분을 또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그랬던 때가 생각나지 않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억할 수 없어 행복하기도 하다..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어느 날 소녀는 이웃 아주머니에게 킨셀라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들이 한 명 있었고 그 아이가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인데 킨셀라 부부의 죽은 외아들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질투심 일수도 있겠지요. 저녁 시간에 소녀를 데리고 바닷가로 산책을 나갑니다. 새로 산 구두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었는데 거기서 아저씨는 소녀에게 따뜻한 조언들을 나눠줍니다.

 

그 문장들의 깊이가 전해집니다.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란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말 없는 소녀, The Quiet Girl>의 제목이 이 문장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 참 좋은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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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엄마가 막내를 출산하고 소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부유하고 안락한 집에서 난생처음 받아본 다정한 돌봄을 뒤로하고 시골집으로 돌아갑니다. 소녀에게서 뭔가 다름을 눈치챈 엄마가 아이에게 묻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 

 

킨셀라 아저씨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영민한 소녀의 모습이 이 대화에서 나타납니다. 

 

 

킨셀라 부부는 소녀를 데려다주고 다시 떠납니다. 소녀와 정이 든 부부는 머뭇거리면 눈물이 터질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까, 올 때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차를 돌립니다. 킨셀라 아저씨와 틈틈이 우편함까지 달리기 하는 연습을 했던 소녀는 마지막 인사를 하러 시골집 마당을 달려 차가 잠시 멈춘 곳까지 달려갑니다. 

 

아저씨의 품에 안겨, 아주머니가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저 멀리서 소녀를 데리러 오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한 소녀가 아빠를 두 번 크게 외쳐 부릅니다. 한 번은 킨셀라 아저씨에게 아빠가 오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두 번째는 아빠보다 더 아빠 같은 킨셀라 아저씨를 부르듯.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킨셀라 부부와 소녀는 어쩌면 정말 가족이 될 인연으로 만난 것일까.. 그런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읽는 내내 <빨간 머리 앤>이 떠오르는 사랑스럽고 서정적인 소설입니다.  

 


2023.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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