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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변신ㅣ프란츠 카프카, 인간사회의 소외와 고독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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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변신ㅣ프란츠 카프카, 인간사회의 소외와 고독 (자화상)


고전은 시간이 지나 읽어보면 또 새로운 갈래의 메시지가 보입니다. 고전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잣대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절망과 좌절의 대명사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변신, Die Verwandlung(1915)>을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 읽습니다. <변신>을 볼 때마다 자신이 변신하지 못한 그레고르라며 아침마다 출근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던 친구가 떠오릅니다.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 그의 여동생 그레텔 잠자, 그레고르의 부모입니다. 오직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영업에 나서는 집안의 유일한 일꾼 그레고르, 그가 벌레로 변하면서부터 가족들의 변심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결국 소외감과 고독감 속에 그레고르는 홀로 죽음에 이른다는 줄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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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잘 나가는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거대한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인간사회에서 벌레라는 존재는 성가시고, 죽여도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을 만큼 하찮은 미물입니다. 집안의 유능한 일꾼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펼칩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 보니, 사람이 멍청해지는 거야. 사람은 잠을 제대로 자야 해.. 내가 부모님 때문에 참지 않았다면 벌써 옛날에 사표를 내고 말았을 거야.

 

안타까운 장면은 이런 기묘한 상황에서도 그레고르는 부모님이 진 빚을 다 갚으려면 5-6년은 더 일해야 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5시 기차를 이미 놓쳤으며 다음 7시 기차를 타기위해 어떻게든 일어나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것에 유일한 의미를 두고 살았던 그레고르의 이야기에서 카프카가 보입니다. 물론 카프카는 빚을 갚기 위해 일한 건 아닙니다. 카프카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로 인해 법학을 공부하고 정부기관 관리로 죽기 얼마 전까지 일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일에 갇혀 살다 이제는 벌레의 몸에 갇힌 그레고르가 창 밖을 내다보며 해방감을 느끼는 장면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요즘이라면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직 돈을 버는 역할로만 가족의 일원이 되었던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 후 가족의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립니다. 

 

이야기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필연성에 이르면 그레고르는 언제나 문 옆의 서늘한 가죽 소파에 몸을 던졌다. 부끄럽고 서글퍼서 몸이 화끈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가족내에서도 사람을 단지 효용 가치로만 바라보는 극도의 인간 소외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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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그레고르의 등에 사과를 던져 박히게 한 아버지, 그것으로 인해 통증을 겪는 아들, 자신이 진 빚을 갚기 위해 아들을 일터로 내 몰고 그 아들이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마침내는 죽기를 바라는 아버지, 이야기의 구도가 한결같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벌레가 된 가족, 현실이라면 그를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요.. 유능한 영업사원에서 흉측한 벌레로, 극단적인 설정 덕분에 인간소외와 고독이 더 잘 드러납니다.  

 

그는 가족에 대해 동정과 사랑으로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 창밖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는 것을 아직은 느꼈다. 이윽고 자신의 의지와 그의 머리가 앞으로 푹 고꾸라졌고..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가족들은 이제 그레고르를 '버리자'는 데 동의하고 그레고르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고통보다는 동정과 사랑을 되새기며 홀로 죽어갑니다. 

 

   

그레고르가 죽은 후 남은 가족들은 여행을 떠납니다. 그레고르의 부모 잠자 부부와 여동생 그레텔, 그들의 모습을 묘사한 <변신>의 마지막 페이지 내용은 흡사 스릴러의 한 장면 같습니다.

 

그들은 이제 이 아이(그레텔)를 위해 착실한 남자를 찾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젊은 몸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꿈이자 멋진 계획에 대한 확인과도 같았다. 

 

집안의 유일한 일꾼이었던 그레고르의 자리를 대체할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착실한 남자'. '새로운 꿈이자 멋진 계획'. 희망적인 표현들이 꽤나 무시무시하게 들립니다.


2023.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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