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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ㅣ마르셀 랑어데이크, 삶과 죽음과 애도 (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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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ㅣ마르셀 랑어데이크, 삶과 죽음과 애도 (꾸리에)


고양이들이 잠을 자는 오전 시간, 제 고양이도 자고 동네 길고양이도 숙면 중입니다. 코에 여드름이 나서 치료 중인데 자꾸 연고를 핥아서 빨리 낫는 건 어렵겠습니다.

 

인근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왔습니다.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안락사로 동생을 떠나보낸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 마르셀 랑어데이크(Marcel Langedijk, 1972)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제목부터 무거운 주제이지만 아침시간에 조용히 읽어보기 좋을 것 같아 책장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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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마르크와 마르셀 형제는 네덜란드인입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한 나라입니다. 동생 마르크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아오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 후 약 1년 6개월간 안락사를 준비하고 실행하게 됩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는 정신과 의사들, 심리학자들, 가정의들과 함께 오랜 시간 치료와 상담을 거쳐 최종 승인이라는 절차를 거친다고 합니다. 

 

ㅣ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

 

이 책을 읽는 동안안락사에 대해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는 것은 오만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주인공 마르크와 그 주변인들의 마음에 집중할 뿐입니다. 어떤 마음일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얼마후면 세상을 떠날 ㅡ 그것도 자발적으로, 심지어 가족들이 지켜보는 데서 ㅡ 가족과의 통화는 그야말로 섬뜩하고 끔찍한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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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애도는 집합명사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애도에 대한 형 마르셀의 이야기가 너무 와닿습니다. 그리움이라는 말에는 다 담을 수 없는 일상의 무너짐, 분노, 불면, 허무가 지속되는 것이 애도라고 말합니다. 알고 싶지 않은 감정, 겪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상황에 있는 이들과 함께 우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ㅣ죽음 앞에 무례한 사람들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해선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관, 종교적 신념이 어떠하건 유가족에게 그러한 것을 들이대며 판단하고 비난하고 욕설까지 하는 건 잔인하고 무례한 행동인데 저자 마르셀의 가족들 역시 그 비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내세우는 것도 최소한의 예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옳고 그르냐를 다투는 건 그다음 문제입니다. 

 

 

죽음과 안락사. 마주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어둡고 슬픈 주제입니다. 특히 종교적 배경에 따라서는 논란이 있는 주제이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역할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2023.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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