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지막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ㅣ빼뚤 린포체, 불교 수행 (민족사)
북유럽(노르웨이, 스웨덴) 출신 음악 프로듀서인 Tungevaag & Raaban의 '삼사라(Samsara, 윤회)'라는 싱글을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삼사라'라는 단어가 낯설어 노르웨이어나 스웨덴어인가 해서 찾아보는데 '윤회'를 뜻하는 불교용어입니다. 호기심이 생겨 불교 서가에서 불교수행 관련 책을 죽 훑어봅니다.
<마지막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는 19세기 티베트 불교 수행자 빼뚤 린포체(1808-1887)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역시나 낯선 불교 용어가 종종 나와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아가며 읽어나갑니다. 넓게는 동양철학, 그러니까 불교를 포함한 동양에서 발생한 종교나 학문에는 서양철학과 다른 깊이가 있어 보입니다.
구약성경 전도서에서 솔로몬왕의 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전도서1:2-3)"가 떠오르는 페이지입니다. 먹고, 입고 사는 문제로 주저하며 계속해서 세간의 삶을 허락한다면 '삼사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물 위에 그림을 그리듯 헛되이 살 것인가? 삼사라의 일로 분주했을 뿐, 했던 모든 일들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보아라.. 세간의 삶이 역겨워지기 전까지 그리고 무엇을 가졌든 가진 것에만 어떻게 만족하는지를 알 때까지 당신은 결코 좋은 수행자가 되지 못합니다.
성경에서도 먹고 사는 것은 염려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누가복음12:22-30)이 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소위 중생은 이것에서 초월하기 너무나 어려움을 알기에 경전에도 이러한 구절이 반복해서 들어가 있는 것이겠지요.
인간은 무엇을 하든 '삼문' 즉, 몸 말 마음을 모두 사용한다고 하면서 그 가운데 말과 행동을 결정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마음의 고삐가 풀리면 부정적인 행동(몸+말)을 일삼으며 삼사라(Samsara, 윤회)를 거듭합니다. 성경 '잠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4:23)"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명료한 알아차림으로 현재 상태에 머무십시오.. 고행의 핵심은 마음을 단도리하는 것에 있다.
고(고통)와 락(기쁨)을 끊임 없이 반복하는 삼사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행자가 할 것은 마음을 지키는 일입니다. 마음을 알아차리고 단지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일, 그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님의 선물 '평안'과 같은 상태일 듯합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한복음14:27)
불교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통해 뭔가 깨달음을 얻긴 어렵습니다. '육자진언'은 뭔가 염불을 말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게 익숙한 성경 구절을 연상하게 하는 문구들을 통해 성경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은둔 수행자'라는 표현은 '골방'에서 혼자 조용히 기도하라(마태복음6:6)는 성경 말씀과 이어집니다.
성경말씀이 디폴트인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은 마치 어울리는 성경말씀 찾기가 돼버렸지만, 새로운 불교 용어 몇 개를 배웠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2023.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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