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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인간 실격ㅣ다자이 오사무(ft.에곤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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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2004, 민음사 출판

다자이 오사무의 책 표지에 에곤 실레는 

마치 서로를 위한 글이고 그림인 듯 잘 어울립니다. 

 

인간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간의 연약함(악함?)을 발견하고 그로인해 좌절합니다. 

 

나의 연약함, 내가 사랑하는 이의 연약함, 타인의 연약함.

그것에 닿고싶지 않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모른채 하고 싶은 것이 또한 우리 마음인 듯합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그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데 

뛰어난 작가라는 평을 듣습니다. 

자신의 글 앞에 진실했다는 것이지요.  

 

 

책을 읽으며 머리카락이 바짝 설만큼 짜릿한 

감동을 받은 문장이 꽤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는 서로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p.26)

 

아..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요.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

 

 

사회적인 상황에서는 아주 흔한 일입니다.

아닌척, 좋은척, 믿는척, 존경하는척 같은.

저는 그와 같은 상황에 "음... 뭐지?" 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이렇게 명확하게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거나 추악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
(p.40)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종종 했던 생각입니다. 

멋진 풍경, 예쁜 사물을 그대로 캔버스에 담아 

주변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으면

그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이 책이 알려줬습니다.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저는 본능적으로 저의 안이함과 어리석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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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경을 왜곡해보고, 혐오스러운 감정을 재해석해보고, 

그렇게 애써서 그린 그림은 남들이 뭐라건

두고두고 생각이나고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희열"이라는 것이겠지요. 

 

아름다운 것이 정말 절대적인 아름다움인가, 

역겨운 것이 정말 절대적인 혐오인가,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처럼. 

 

노골적인 충고와 조언을 서슴지않는

자기계발서 보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생각하게 해주는 책. 

 

 

이 책의 제목인 인간실격은 

주인공 요조의 이야기가 아닌 

저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실존을 탐구하다보면 결론은 

인간의 철저한 나약함과 

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닿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역시 39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기독교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했었다고 합니다. 

 

" '음지의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비참한 패자 또는 악덕한 자를 지칭하는 말 같습니다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음지의 존재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한 놈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습니다."
(p.50)

 

이 부분은 제게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음지의 사람' = '(진짜)그리스도인' 

다자이 오사무가 기독교에 대한 분명한 지식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오는 주말에 책 읽는 행복을 전해준

다자이 오사무 입니다. 

 

2021.8.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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