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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339) 17C 시에차 교회당 Capilla de Siecha, 구아스카 Guascaㅣ콜롬비아 보고타 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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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17C 시에차 교회당 Capilla de Siecha, 구아스카 Guascaㅣ콜롬비아 보고타 근교


보고타 근교 구아스카(Guasca)에 17세기에 지어진 4백년 가까이 된 시골 예배당(Capilla de Siecha)이 있습니다. 구글링 하다가 발견했는데 멀지 않고 버스도 수시로 있어 반나절이면 다녀올 것 같습니다. 구아스카로 가는 방법도 몇 가지 있는데 쌀리뜨레 터미널(Terminal Salitre), 북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norte)에서도 갈 수 있지만 챠피네로 Calle72에 수시로 라칼레라(La Calera)와 구아스카행 버스가 있어 그쪽으로 갑니다. 



C11버스에서 내려 Carrera13을 따라 걷다보니 라칼레라와 구아스카행 버스가 교대로 지나갑니다. 배차 간격도 짧은 듯하네요. 기사님께 한번 더 목적지를 확인하고 버스에 오릅니다. 제가 가려고 하는 시에차 교회당(Capilla de Siecha)은 구아스카 마을 중심지에서 4km정도 떨어진 곳이라 구글맵을 보고 있다가 갈림길에 내립니다. 버스요금은 8,000 pesos(2천 원). 친절하게도 갈림길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1.1km니까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입니다. 



시에차 교회당(Capilla de Siecha)으로 가는 길은 조용한 시골 비포장길입니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새소리, 바람소리만 들립니다. 10분쯤 걸으니 드문드문 간격을 두고 농장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고요한 시골마을은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평화롭기만 합니다. 구아스카(Guasca)는 보고타보다 조금 더 고도가 높은데 해발 2,800m쯤 됩니다. 바람이 많고 비도 잦은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바람도 거의 없고 날씨도 좋습니다.  



교회당 앞에 관광지 안내판은 세워져 있는데 문은 잠겨있고 매표소는 안 보입니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봐도 농장만 이어져있고 뭔가 물어볼만한 가게도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서 구경만 하고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건너편 농장 주인분께 여쭤봅니다. 교회당에 들어가 볼 수 있냐고 하니 집 안에서 누군가가 티켓을 갖고 나옵니다. 입장료는 2,000 pesos(5백 원), 소박한 입장권을 건네받습니다. 전문가 느낌은 아니지만 이 교회당 소유주의 후손인 듯한 분이 가이드를 해줍니다. 



1649년에 지어진 시에차 교회당(Capilla de Siecha)은 1991년 콜롬비아의 국가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문화유산 보호협회에서 관리한다고 티켓 뒷면에 적혀있습니다. 가이드분 말씀으로는 벽체의 일부만 남아 있는 곳이 17세기 기존 교회당 위치이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흰색 벽면의 교회당은 이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400여 년 전, 이곳에 교회를 세우고 무이스카(Muisca)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울 뿐입니다.



교회당 내부에는 십자가도, 제단도, 제대도 없지만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남아있습니다. 가이드분의 투박한(!) 설명을 들으며 교회당 내외부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아까 만난 농장 주인분이 양떼를 몰고 와 교회당 앞 초지에서 풀을 먹이고 있습니다. 명화에 나올법한 근사한 풍경이 앵글에 잡힙니다. 84세라고 하시는데 이 집에서 70년째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늙은 개 한 마리가 느리지만 충실하게 뒤를 쫓습니다. 몸이 다소 불편해도 묵묵히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주인을 닮았습니다. 



교회당을 가이드해준 분이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집으로 초대합니다. 알고 보니 농장 주인분의 자녀입니다. 이럴 때 아니면 콜롬비아 시골집 구경할 일이 있겠냐며 구석구석 소개해줍니다. 겉보기엔 '그림 같은' 시골집인데 내부는 '진짜' 시골집입니다. 70년 된 화덕에 숯을 넣고 신문지에 불을 붙여 아궁이에 집어넣으니 온 부엌에 매캐한 검은 연기가 자욱합니다. 괜찮은 척 참아보려고 했는데 기침에 눈물까지.. 얼른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네요. 켈록켈록. 집 앞마당에 농장주인분과 나란히 잘라낸 나무 둥치를 의자 삼아 앉았습니다. 콜롬비아 스타일의 고소한 커피를 한 잔 대접해 주시더니 이어서 비스킷에 과일주스까지 내어줍니다. 11시가 넘어가니 출출하던 차에 잘 얻어먹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니 농장주인의 자녀분이 동양화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방에서 갖고 나와 보여줍니다. 시에차 교회당(Capilla de Siecha)이네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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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사는 시골개, 시골고양이들입니다. 비가 잦은 지역이고 풀밭을 뛰어다니며 사는 애들이라 조금 더 꼬질꼬질해 보이지만 귀여운 건 매한가지입니다. 제가 구아스카 마을까지 걸어간다고 했더니 가이드해준 분이 본인도 볼일이 있어 가야 한다며 차를 태워주겠다며 잠시 소 먹일 풀만 베고 가자고 합니다. 긴 낫(?) 긴 칼(?)을 들고 쇠꼴을 베낼 풀숲 쪽으로 걸어가니 소들이 뒤를 따릅니다. 오! 소들이 식사시간이라는 걸 아는 게 신기하네요. 



(출애굽기20:12)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Honor your father and your mother, so that you may live long in the land the LORD your God is giving you. 


2023.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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