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첫째 날, 코이카 해외봉사단 2023년 현지평가회의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 현지평가회의가 있는 날입니다. 콜롬비아 각 지역에 파견된 봉사단원 전원이 모여 2박 3일간 각자의 활동내용도 공유하고 안전교육도 진행합니다. 행사 장소가 수도 보고타(Bogotá)라 보고타 단원인 저로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12시까지 회의장에 가야 하는데 냉장고에 식재료가 많이 남아 최대한 먹어치우고(!) 가자는 마음으로 7시, 10시 두 번에 걸쳐 아침식사를 합니다. 배부르네요. 11시쯤 택시를 타고 엘도라도호텔(El dorado hotel Bogotá)로 갑니다.
호텔 이름에 맞게 건물 외벽이 황금색입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호텔 경비직원이 '꼬이까?'라고 물어보고는 회의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해 줍니다. 먼저 오신 다른 지역 선생님들과 코이카 코디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확인합니다. 저는 3조입니다. 테이블에 놓인 코이카 로고가 찍힌 기념품이 반갑습니다. 가끔 내가 콜롬비아에 있다는 게 문득 신기하고 설렐 때가 있는데 지금이 또 그런 순간입니다. Colombia!
출석 확인 후 다른 지역 선생님과 점심 먹으러 나갑니다. 아침을 두 번 먹은터라 안 먹어도 될 듯하지만 오후 일정을 생각해서 간단히 먹기로 합니다. 근처 식당에서 선생님은 샐러드, 저는 그래놀라를 시킵니다.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아 먹기 좋습니다. 공식 일정이 오후 2시부터라 잠시 동네 산책을 하고 회의장으로 돌아갑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보고타에서 나름 부촌에 드는 이 동네가 더 예뻐 보이네요.
공식일정이 시작됩니다. 현장사업에 필수인 PDM 보고서 작성관련 교육이 있고 단원별 활동내용 발표가 이어집니다. 현지적응훈련 최종평가 때와 일본 자이카(JICA)에서 기관(DIVRI)을 방문했을 때도 발표를 했는데 그땐 스페인어로 해야 해서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오늘은 한국어로 발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국어가 있고 모국어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이 떠오르네요.
프레젠테이션 끝 부분에 콜롬비아 현지에서 생활하며 겪은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는데 어쩔 수 없이 현지인 코디네이터 두 분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Disculpame..(미안요..)' 오후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체크인을 합니다. 2박3일간 묵을 제 방은 2층 201호, 호텔다운 폭신한 바닥 카펫이 맘에 듭니다. 다콩이가 좋아할 것 같습니다. 보고 싶은 내 고양이.. 잠시 쉬다가 만찬 일정이 있어 다시 로비층으로 내려갑니다.
만찬 장소는 페루음식 전문점인 쿠스코(CUZCO restaurante)입니다. 현지적응훈련 기간에 스페인어를 가르쳐준 마리조 선생님도 특별 초대손님으로 왔습니다. 자리가 멀어 저녁 먹는 동안은 대화 나눌 틈이 없네요. 다음 주 미술작품 전시회에 오기로 했으니 오늘은 간간히 눈인사만 나눕니다. 음식이 하나둘씩 나옵니다. 메인 요리로 연어구이를 주문했는데 너무 짜네요. 소스를 최대한 걷어내고 안쪽 살코기만 발라내 먹습니다.
첫날 공식일정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들어옵니다. 잠시 소파베드에 멍하니 넋 놓고 누워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이 지나갑니다. 10년이 하루 같은 적도 있고, 1년이 10년 같은 때도 있는데 콜롬비아에서의 지난 1년은 후자의 경우에 듭니다. 매일이 새롭고, 다채로운 시간으로 꽉 채운 1년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잘할 수 있게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도 떠오릅니다. 큰 탈없이 고양이호텔에서 잘 지내준 우리 다콩이까지. 한국에 돌아가면 한동안은 고마움으로 진 빚을 갚아야 할 듯합니다.
(이사야30:21) 너희가 오른쪽으로 치우치든지 왼쪽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바른 길이니 너희는 이리로 가라 할 것이며. Whether you turn to the right or to the left, your ears will hear a voice behind you, saying, "This is the way; walk in it."
2023.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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