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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300) 기관DIVRI 기증물품 정리, 그림 좋아하는 수강생 2명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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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기관DIVRI 기증물품 정리, 그림 좋아하는 수강생 2명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출근길에 보니 1층 로비에 뭔가 행사를 준비하는 듯 분주합니다. 며칠 전 기관 DIVRI(한-콜우호재활센터) 코디네이터 스테파니가 와츠앱으로 홍보차 공유해 준 플리마켓을 차리는 중인 것 같은데 어딘가 허술합니다. 미술실에 가방을 놓고 커피 가지러 가는 길에 보니 의류, 신발, 소품, 디저트 음식, 화장품, 식물까지, 잡다한 물건들이 다 나와있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보다 직원과 행사참가자가 훨씬 많습니다. 습관적으로 저 행사의 목적과 효과가 무엇일지 잠시 추측하다가 오지랖을 집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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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임기는 1개월 정도 남았고 기관에서 실제 수업할 날은 20일도 채 남지않았습니다. 후임으로 오실 선생님께 넘겨드릴 활동물품을 정리해서 기증 스티커를 붙입니다. 저도 전임 선생님께 받아서 쓰다가 남은 거라 많진 않지만 초반에 물품 부족할 땐 유용하게 쓰실 듯합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수강생 두분이 마침 같은 시간에 오셨습니다. 알레한드로와 조나단인데 오늘 제가 아침부터 코워커와 불편한 상황이 있어 기분이 좋지 않아 인사를 반갑게 하지 않았는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봅니다. 미안하지만 지금 기분이 별로라고 답변하고 작업하실 것을 각각 준비해 드립니다. 이어서 온 수강생분들 중 한 분이 눈치 없이 또 제 속을 긁는 소리를 합니다. 예민한 알레한드로가 제 눈치를 봅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삐죽 대며 상한 마음을 공유합니다. 그냥 넘기라는 눈짓을 해줍니다. 예, 그래야지요.  



기본적인 매너나 에티켓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되도록 무시하는 편인데 연타로 들어오면, 쉽지 않습니다. 언어 사용이 자유롭지 않으니 더 답답한 상황입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앉아서 붓펜을 들고 부채에 그림을 그립니다. 미술실은 다른 사무실에 비해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 쉽게 더러워지는 곳이라 청소해주시는 여사님들이 늘 신경 써서 정리해 주시는데 소소하지만 부채 하나씩 선물로 드리려고 그리고 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잎을 하나씩 그리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알레한드로가 기분이 좀 나아졌냐고 묻습니다. 끄덕끄덕. 



오전 수업 후 구내식당에 점심먹으러 갑니다. 단일메뉴라 어쩔 수 없이 오랜만에 소고기를 먹습니다. 식사를 거의 다해가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제 옆을 왔다 갔다 서성댑니다. 남은 밥을 한 숟가락 떠서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두 마리가 교대로 와서 먹네요. 저 뾰족한 부리로 식사하려면 비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알이 10개면 10번을 쪼아야 하니. 숟가락으로 밥 먹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 남긴 밥을 다 바닥에 내려놓고 일어납니다. 



점심을 먹고나니 기분이 좀 풀리긴 했지만 오전에 있었던 일로 여전히 다운모드입니다. 카페테리아에 커피 가지러 갔는데 글로리아가 허브를 다듬고 계시네요. 향 좋다고 했더니 "Quieres probar?(먹어볼래?)" 하시면서 허브 다섯 종류를 조금씩 떼내 씻어 따뜻한 물에 담가주십니다. 우와! 향도 너무 좋고 맛도 좋네요. 코를 갖다 대고 연신 킁킁대며 미술실로 돌아옵니다. 허브티 마시고 이제 그만 기분 풀라는 사인인 것 같습니다. 홀짝. 



(잠언27:17)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As iron sharpens iron, so one man sharpens another.


2023.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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