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 어쩌다 콜롬비아 마드리드 Madrid 여행, 버스티켓 환불 불가
이번주말에는 보고타 서쪽 지역으로 가보려고 검색하다가 지파콘 Zipacón과 보하카 Bojacá를 발견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을 구글링 하다가 포기하고 보고타 쌀리뜨레 터미널 Terminal de Transporte Salitre에 가서 물어보기로 합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그냥 집에 쉬고 싶은 생각이 마구 밀려옵니다. 그래도 주말 하루는 움직이기로 했으니 무거운 몸을 일으켜 채비를 하고 나갑니다. 날씨 탓인지 터미널도 한산하네요.
터미널 안내직원에게 지파콘 Zipacón, 보하카 Bojacá 방면 버스표는 어디서 살 수 있냐고 하니 작은 창구(Expreso Del Sol) 하나를 가리킵니다. 창구에 문의하니 가다가 도로에 내려서 갈아타면 된다고 마드리드 Madrid행 티켓을 끊어줍니다. 표를 들고 승강장으로 나갔는데 지파콘 Zipacón행 버스가 있네요? 얼른 다시 창구로 돌아가 환불하려는데 'No'만 반복합니다. 이런! 알고 보니 바로 옆 창구 회사(El Carmen)에서 지파콘행 버스를 운행하는데 직원이 모른척하고 대충 그 방향으로 가는 자기네 회사 티켓을 팔았네요. 하는 수 없이 일단 마드리드 Madrid로 갑니다.
버스기사분께 마드리드 간다고 이야기하고 올라탑니다. 꾸벅꾸벅 졸다가 눈 뜨니 시골 국도변을 달리는 것 같네요. 습관적으로 구글맵을 켜고 위치를 확인합니다. 읭? 마드리드는 이미 지났고 한참 서쪽으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버스기사분께 마드리드 지났는지, 지금 어디 가는지 물어보니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차를 한쪽에 댑니다. 여기 내려서 걸어가라는 거냐고 하니 본인이랑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무심한 표정입니다. 이거 뭐죠? 오늘 계속 꼬이네요.
마드리드까지 4km, 걸어가면 넉넉잡아 1시간 정도 걸리겠네요. 자전거도로를 따라 햇빛을 가릴 우산을 쓰고 하염없이 걷습니다. 오늘 아침부터의 상황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납니다. 지파콘 Zipacón, 보하카 Bojacá 갈 생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마드리드 가서 밥만 먹고 다시 보고타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일이 자꾸 꼬이는 날은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게 상책, 씁쓸하네요.
이제 절반쯤 왔습니다. 회전교차로를 지나 2km만 더 가면 마드리드입니다. 마을 진입로에 가방가게가 보여서 들어가 봅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등가방이 지퍼 고리도 떨어지고 비를 많이 맞아 천도 들떠서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침 적당한 게 있어 샀는데 접으면 손바닥만 해져서 여행 갈 때 챙겨다니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걷다 보니 번화한 광장 Plazoleta Alfonso López 이 나옵니다. 드디어 다 왔네요. ¡Finalmente!
좀 걸었더니 기분이 풀립니다. 선물처럼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반려동물 사료 판매점에서 사는 듯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장난감 집 위에 앉아있습니다. 경사로에 미끄러지지 않게 한쪽 발로 받치고 있는 자세가 거의 사람입니다.
점심을 먹을까 싶어 시계를 보니 11시, 아직 좀 이른 듯해서 박물관 한 곳에 들러봅니다. 마드리드Madrid 시에서 운영하는 역사박물관(Museo la Herrera)인데 입장료는 무료이고 가이드분이 전시품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까지 해줍니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추측하는데 마드리드 지역의 역사라 외국인인 제게 썩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내부 사진촬영은 금지입니다.
가이드분이 제게 "De dónde eres originalmente?(당신의 원래 출신지가 어딘가요?)"라고 묻습니다. 'originalmente'를 붙이는 콜롬비아사람은 처음이네요. 이런 디테일에서 매너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원하면 사진 찍어주겠다고 해서 한 장 부탁해서 찍습니다. 버스회사 직원들의 무례함에 굳어졌던 마음이 좀 풀립니다. 방문기념으로 주는 책갈피와 수첩도 실용적이고 의미 있는 굿즈입니다.
점심으로는 샐러드 메뉴를 먹고 싶어 구글링해보니 딱 한 곳(La cocina de Criss)이 나옵니다. 큰 기대하지 않고 주문했는데 콜롬비아 와서 먹어본 샐러드 중 가장 신선하고 맛있습니다. 기분 좋게 맛있게 잘 먹고 나옵니다.
(아가2:10)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My lover spoke and said to me, "Arise, my darling, my beautiful one, and come with me.
2023.6. 씀.
'[해외] 여행 생활 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7) 다콩이 아크릴화 그림, 수료식 준비+우수생 5명 선발ㅣKOICA 콜롬비아 미술교육 (0) | 2023.06.22 |
---|---|
(296) 마드리드 Madrid 마을 구경, 보고타 Bogotá 돌아가는 길ㅣ콜롬비아 여행 (0) | 2023.06.21 |
(294) 틈새 한국어 수업, 진주목걸이 선물, 미술실 방문객 맞이ㅣKOICA 해외봉사 콜롬비아 (3) | 2023.06.19 |
(293) 마지막 미술작품 전시회·수료식 준비, 기관 DIVRI 체육행사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0) | 2023.06.18 |
(292) 이틀 만에 또 정전·단수, 비상등 준비ㅣKOICA 해외봉사 콜롬비아 보고타 (0) | 2023.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