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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294) 틈새 한국어 수업, 진주목걸이 선물, 미술실 방문객 맞이ㅣKOICA 해외봉사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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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틈새 한국어 수업, 진주목걸이 선물, 미술실 방문객 맞이ㅣKOICA 해외봉사 콜롬비아


오늘도 한-콜우호재활센터 DIVRI에 외부 방문객이 왔습니다. 교육기관 관계자들이라고 하는데 기관 프로그램 벤치마킹하러 온 듯합니다. 문득 대형이젤 곳곳에 코이카 KOICA 깃발이나 태극기를 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홍보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게 나을지 이름을 내지 않는 게 나을지 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기관에 행사가 있는 날이라 수강생 대부분 행사에 가고 오늘은 소그룹으로 오붓하게 그림 그립니다. 출석률 100%인 알레한드로와 존은 오늘도 행사 대신 그림을 그리러 왔습니다. 보테로 Fernando Botero 그림을 모작하고 있는 존은 이제 채색을 합니다. 두달 전쯤, 그림은 처음 그려본다고 해서 선긋기부터 시작했던 분인데 이제 나름 형태도 잘 잡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시면 본인만의 스타일도 찾아가실 듯합니다. 



알레한드로는 오늘 개인 화구까지 챙겨왔습니다. 그림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을 보면 두 분이 가장 기대되는 예술가입니다. 늘 11시만 되면 배가 고픕니다. 꼬르륵해서 시간을 보면 11시, 주책맞게 "Tengo hambre..(배고프네..)" 했더니 존이 가방에서 초코바를 꺼내 먹으라고 줍니다. 감사합니다. 냠냠. 



오늘 새로 오신 수강생 두 분은 그림을 역시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분들입니다. 공교육 과정에 미술수업이 없으니 콜롬비아에서는 이제 놀라운 상황도 아닙니다. 테스트 삼아 연필과 종이를 드리고 예시로 기초 드로잉 몇 점을 앞에 놔드립니다.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걸 그리거나 이 그림들 중 하나를 보고 그려보시라고 합니다. 한 분은 경미한 뇌병변 장애가 있으신 듯 형태를 잘 못 잡으시네요. 원하시는 만큼 그리시도록 지켜봅니다. 



오후 수업에 호르헤가 조금 일찍 와서는 주황색 봉투를 건넵니다. 선물이라며 주시는데 엄청 쑥스러워하시네요. 기대하며 열어보니 핑크색 상자 안에 목걸이와 귀걸이가 들었습니다. 순간 장난치시는 건가 싶어 다시 얼굴을 들었는데 진지한 표정입니다. 흠흠. 웃음을 참으며 너무 예쁘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머리까지 긁적이시는 게 신경 써서 준비하신 듯합니다. 장애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임상경험도 없는 저로서는 지적장애가 있는 호르헤의 인지능력이나 지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니 자칫 실수할 수 있어 이럴 때 특히 조심스럽습니다. 갑자기 유치원교사가 된 기분이네요. 귀여운 선물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오후 수업에도 한 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키가 무척 크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까를로스인데 휠체어 자체도 체형에 맞추다 보니 작업대에 들어가질 않습니다. 휠체어를 잡아드리고 의자로 옮겨 앉으시도록 합니다. 키가 2m 족히 넘으실 것 같습니다. 젊은 남성분들은 대체로 콩테 사용 경험이 있으셔서 콩테를 사용해 보시도록 준비해 드립니다. 사용법은 아시는 듯하고 오전에 오신 두 분과 같은 진도로 수업하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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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수스는 이번에도 먹물 그림을 선택합니다. 손 근육 사용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어 연필이나 펜 같은 섬세한 재료로 스케치하는 것보다 붓으로 거칠게 스케치하는 게 헤수스에게 잘 맞았던 듯합니다. 호르헤는 만달라나 젠텡글을 좋아하는데 형태 잡는 법을 그래도 좀 같이 해보고 싶어 이것저것 시도해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본인도 잘 안되니 시무룩해하시는 게 안타깝습니다. 고민이 많이 되는 수강생 중 한 분입니다. 



미술수업 출석 5회차 만에 캔버스(Lienzo) 작업대로 옮긴 울리세스는 군인답게 콜롬비아 군의 상징인 노랑부리 독수리를 첫 아크릴화 주제로 정했습니다. 코워커 신디가 이제 캔버스는 하반기 수업을 위해 남겨두라고 했는데 신디 몰래 꺼내 씁니다. 미술수업에서 재료는 아끼면 안 된다는 게 지론입니다. 신디 미안! (ㅋㅋ)



키다리 까를로스가 부채그림을 보더니 적혀있는 글씨가 무슨 의미인지 묻습니다. "사랑해(Te amo.), 고마워(Gracias.)" 라고 알려주니 본인 이름 한글로 적는 법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한글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까지 궁금해해서 자음+모음(+자음)으로 글자 하나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해 주니 자음 모음을 체크해 가며 한참을 따라 씁니다. 제 한국이름을 발음까지 알려달라더니 "나의 미술선생님은 OOO이다." 라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습니다. 한국어를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괜히 흥이 납니다. 연습한 종이를 가방에 챙기시면서 왜 한국사람은 성이 하나냐고 묻습니다. 지금은 선택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아버지의 성 하나만 따르게 되어있었다고 말하니 그럼 엄마 성은 어떻게 되느냐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되묻습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보통 이름 두 개, 성 두 개인데 이런 부분에서도 문화적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잠언27:8) 고향을 떠나 유리하는 사람은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새와 같으니라. Like a bird that strays from its nest is a man who strays from his home.


2023.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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