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몽긔 Mongui 독채 글램핑 하쿠나마타타 Hakuna MATATA 하룻밤ㅣ콜롬비아 보야카 여행
몽긔 Mongui에도 이름난 관광지가 있는데 아치형 돌다리 Puente real de calicanto 부근입니다. 숙소를 예약할 때 그 인근으로 잡으려고 하니 요금이 합리적이면 컨디션이 별로고, 평점 좋은 숙소는 이미 예약이 끝나 어쩔 수 없이 중심지에서는 거리가 좀 있지만 깨끗해 보이는 이곳으로 골랐습니다. 독채 글램핑인데 차선책이 최고의 선택이 됐습니다. 제 성향에 꼭 맞는 숙소입니다.
집 앞 해먹에 누워 어두워지는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습니다. 이리저리 뒹굴며 노래도 흥얼거립니다. 한참 베짱이 놀이를 하다가 바람도 차가워지고 조명 때문에 벌레도 꼬여 안으로 들어갑니다. 해먹에 누울때도 이리저리 각을 재다 벌러덩 뒤집어졌는데, 다시 일어나는 것도 어기적어기적 뒤뚱뒤뚱 모양 빠집니다. 혼자 피식대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지개를 켜봅니다.
3,000m 고산지역이라 글램핑 숙소가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채광이 좋아 낮동안 내부가 잘 덥혀져있습니다. 실내에 미니 온풍기도 있고 시설이나 물품들이 새것에다 모두 깨끗해서 좋습니다. 씻는 동안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바로 옆 목초지에서 소들이 화음을 넣어줍니다. TV도 없고 소음 낼 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 완벽한 고요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난 큰 창 블라인드를 걷고 적막을 즐기다가 10시쯤 잠자리에 듭니다.
개운하게 잘 자고 눈을 뜨니 6시입니다. 7시에 조식을 가져다달라고 했으니 1시간쯤 여유가 있어 산책을 나갑니다. 어제 제 노래에 화음을 넣어주던 소들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꾸벅. 맑은 공기에 새벽이슬 머금은 풀냄새가 향기롭습니다. 숙소 밑에 매달린 그네에도 잠시 앉아봅니다. 캠핑은 불편하고 벌레도 무서운데, 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글램핑에서 편하게 자연을 누리고 있으니 호사가 따로 없습니다.
7시 5분전에 아침식사를 준비해 줍니다. 숙소 관리인은 역시 글로벌화하신 듯 시간약속을 잘 지키시네요. 숙박비를 결제하고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뭔가 우다다다 뛰어 올라오더니 고개를 빼꼼 내밉니다. 오잉? 누구세요? 'WAWEED'라는 인식표를 목에 건 눈꼬리가 축 처진 억울한 표정의 대형견입니다. 관리인이 키우는 아이 같은데 음식냄새 맡고 왔네요. 그냥 보내긴 아쉬워 계란을 조금 덜어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파파야 두 조각을 후식으로 주니 입도 안 대고 돌아내려 갑니다. 파파야가 계란보다 더 맛있는데.. 결국 파파야 두 조각, 저도 못 먹게 됐습니다. 아깝.
8시쯤 짐을 챙겨 숙소에서 나오다가 식기류를 회수하러 온 관리인을 마주쳐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숙소에 한국사람은 처음이라며 반가워합니다. 그말에 다시 안으로 들어가 침구를 좀 더 정리해 놓고 체크아웃합니다. 첫 한국인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흠흠. 관리인 집 앞 계단에 WAWEED와 다른 개 한 마리가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검은 털을 가진 아이는 입과 눈에 장애가 있네요. 사업 번창해서 아픈 아이들 잘 돌볼 수 있길 바랍니다. 몽긔 Mongui마을로 가는 길은 어제와 반대로 내리막입니다. 소를 산책(?)시키러 나온 노부부도 마주칩니다. '¡Buenos dias!(안녕하세요)'
신나게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어제 흰 장화 신은 강아지를 그 부근에서 또 만났습니다. 집이 이 근처인가 봅니다. 옆구리를 보니 볼록한 게 아침식사를 마친 듯합니다. 멍멍, 잘 잤어? 이렇게 또 만나니 반갑네요. 고개를 넘어 몽긔 마을까지 같이 갑니다. 갑자기 동네 개들이 짖어대니 저를 방패 삼아 숨어있다가 다시 자기 집 쪽으로 올라갑니다. 고양이처럼 개들도 영역이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몽긔 Mongui 마을까지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작은 마을 내에서도 고도 차이가 크니 어디서든 조금만 올라서면 마을을 쉽게 조망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일 아침이라 아직 깨어나지 않은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중앙광장 Parque principal de Mongui 쪽으로 갑니다.
(신명기10:19)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And you are to love those who are aliens, for you yourselves were a aliens in Egypt.
2023.6. 씀.
'[해외] 여행 생활 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6) 고기맛집 점심 후 두이따마 보야센세 Boyacense Duitama 이동ㅣ콜롬비아 보야카 여행 (0) | 2023.06.11 |
---|---|
(285) 아름다운 동화마을 몽긔 Mongui 구석구석ㅣ콜롬비아 보야카 여행 (0) | 2023.06.10 |
(283) 소가모소 Sogamoso 선생님표 카레 점심 후 몽긔 Mongui 이동ㅣ콜롬비아 보야카 여행 (0) | 2023.06.08 |
(282) 디저트로 유명한 잇사 Iza 마을, 독특한 예수그리스도 조형물ㅣ콜롬비아 보야카 여행 (2) | 2023.06.07 |
(281) 또따 호수, 해변 백사장 Playa blanca de Tota 산책ㅣ콜롬비아 보야카 여행 (0) | 2023.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