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 고기맛집 점심 후 두이따마 보야센세 Boyacense Duitama 이동ㅣ콜롬비아 보야카 여행
몽긔 Mongui에서 소가모소 Sogamoso로 돌아오는 차에서는 내내 잤습니다. 이동 중에 쿨쿨 자는 걸 보니 그새 이 지역에 익숙해졌나 봅니다. 소가모소 선생님과는 중앙광장 Plaza de la Villa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건강식을 사드리고 싶어 채식식당을 찾아보는데 15분 정도 걸어가야 하네요. 이따 오시면 여쭤보고 정해야겠습니다. 11시 30분쯤 만나 공원 옆 카페 Anelare heladería y café에서 커피 한잔하고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저는 수제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달지 않고 괜찮네요.
점심메뉴는 급 변경해서 소가모소 고기 맛집(Juanca punta de Anca)으로 갑니다. 12시 조금 지난 시각인데 이미 테이블 대부분이 찼고 바깥에 대기하는 손님도 보이네요. 연어구이와 소고기를 주문합니다. 샐러드는 네 종류가 있는데 무한리필입니다. 몽긔 Mongui에서 산 열쇠고리를 꺼내 선생님 것과 비교해 보는데 초록글씨가 인쇄된 게 더 예쁘네요.
음식이 나왔습니다. 연어구이는 양도 푸짐하고 노릇하게 잘 구워져서 맛있습니다. 스테이크는 음.. 겉보기에도 살짝 불안했는데 잘 썰어지지도 않고 최대한 작게 잘라 입에 넣었는데 삼킬수도 뱉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질기기가 꼭 지난해 연말 기관 DIVRI(한-콜우호재활센터) 종무식 오찬행사 때 못 먹고 남긴 스테이크 같습니다. 원래 이름난 맛집인데 오늘따라 고기가 질긴 걸 보면 저는 고기랑 안 맞습니다. 땅땅.
식사 후에 좀 걷습니다. 교육기관 Colegio integrado과 시립도서관 Biblioteca publica 등이 모여있는 블록을 지나가는데 건물 규모가 굉장히 작네요. 수도 보고타 Bogotá에 비하면 모든 게 아담하고 소박한 도시입니다. 작은 공원(Parque el laguito) 건너편 쇼핑센터(Centro comercial Iwoka)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러 들어갑니다. 털갈이 중인 듯 듬성듬성 털이 빠진 개 한 마리가 우리 테이블 쪽에 와서 자리를 잡습니다. 질겨서 다 못 먹은 소고기를 선생님이 길에 사는 개들에게 나눠주려고 포장했는데 눈치가 빠릅니다. 고기 몇 조각을 맛보더니 이젠 거의 선생님을 보호자처럼 따릅니다. 고된 길 생활에 가끔은 넉넉히 잘 먹는 날도 있어 다행입니다.
소가모소 선생님께 폐 안끼치려고 하룻밤만 묵었는데 결국 3일 내내 근교 왔다 갔다 하며 수시로 귀찮게 해 드리고 드디어, 마침내, 이제, 정말, 갑니다. 오늘은 소가모소 북서쪽 두이따마 보야센세 Pueblito Boyacense de Duitama로 가서 이번 여행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은 소가모소 거치지 않고 바로 보고타로 돌아갑니다. 여행은 역시 누군가를 만나는 여행이 제일입니다. 계속 보고싶은 매력이 있는 유쾌한 소가모소 선생님, 감사했어요 또 봬요!
소가모소 Sogamoso에서 두이따마 Duitama까지는 차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제가 가려는 보야센세 마을 Pueblito Boyacense이 터미널에서 거리가 좀 있어 미리 버스기사분께 가는 방법을 여쭤보니 버스가 보야센세 쪽으로 둘러간다며 근처에 내려주겠다고 하십니다. 오! 알려주시는 곳에 하차해서 구글맵을 켜보니 걸어서 15분 정도만 가면 되네요. 가는 길에 0.7km, 0.5km, 0.3km 구간마다 이정표가 있습니다. 유명관광지라 저처럼 콜롬비아 전통 모자를 쓰고 크록스나 슬리퍼에 츄리닝 차림을 한 외국인 여행객도 많이 보입니다. 서로 눈짓으로 여행을 격려합니다.
해 질 무렵 시골길을 혼자 걷고 있으니 유유자적 그 자체입니다. 물소리와 새소리를 반주삼아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내가 소음공해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멈추고 조용히 걷습니다. 보야센세 Pueblito Boyacense는 보야카 Boyacá 지역 7개 도시 특유의 건축양식을 한 곳에 모아놓은 테마마을인데 들어가려면 6,000pesos의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제가 묵을 숙소는 비야데레이바 Villa de Leyva를 모델로 한 2층 주택입니다. 사장님이 와츠앱으로 계속 'Señor(~씨, 남성호칭)'라고 하셨는데 저를 보더니 바로 사과하십니다. 외국인은 이름으로 성별을 알 수 없는 데다 나홀로여행객은 주로 남자라서 그랬다고 하시는데 성 구분 있는 언어는 이럴 때 조금 곤란할 것 같습니다. 1층 거실 정면에는 보야센세 중앙광장을 퀼트로 꾸민 액자를 걸어뒀는데 아늑한 분위기에 한몫합니다. 제 방은 2층, 전용 발코니와 욕실이 딸린 더블룸인데 전통가옥에 이 정도 컨디션이면 나쁘지 않습니다.
(이사야35:1)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The desert and the parched land will be glad; the wilderness will rejoice and blossom. Like the crocus.
2023.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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