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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274) 보고타 몬쎄라떼 Monserrate, 등산보다 어려운 하산 길ㅣ콜롬비아 Colom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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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보고타 몬쎄라떼 Monserrate, 등산보다 어려운 하산 길ㅣ콜롬비아 Colombia


드디어 몬쎄라떼 Monserrate 정상이 보입니다. 보행로 입구에서부터 1시간 40분쯤 걸렸는데 자주 쉰 거 생각하면 실제 그리 긴 코스는 아닙니다. 산 아래는 햇빛이 쨍쨍한데 위쪽은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 춥습니다. 기념촬영용 보고타 Bogotá 조형물이 지난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는 콜롬비아 Colombia 조형물로 바뀌어 있었는데 다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마침 미사가 끝나 잠시 교회 안에 들어가 앉습니다. 땀 흘리고 찬 바람 맞았더니 덜덜덜 떨리네요. 같이 걸어서 올라온 사람들이 교회 안 곳곳에 보입니다. 몬쎄라떼 정상에 네 번째 올라오니 보이는 풍경들이 많이 익숙합니다. 셀카를 몇 장 찍고 가방에 챙겨 온 점퍼를 꺼내 입고 다시 내려갑니다. 



경사가 심해서 내려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앞서 가는 사람들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려가거나 뒤로 내려가는 사람도 보입니다. 저도 다리가 후들후들 거립니다. 그래도 올라갈 땐 미처 못 본 근사한 전망이 수시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닥에 너른 돌이 많은데 반들반들해서 미끄러운데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은 날은 더 심할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은 몬쎄라떼 등산로 이용하지 말라던 현지인 친구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올라갈 때 단숨에 계단을 밟고 지났던 터널 계단입니다. 옆에 그라피티가 그려져있는 걸 아깐 못 봤는데 이제 눈에 들어오네요. 난도 높은 등산코스에 저런 여유로운 표정의 사람이라니, 어딘지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중간 휴게소까지 왔습니다. 역시 올라갈 땐 안 보이던 꽃들이 보입니다. 춥고 습한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희귀 식물 프라일레혼(Frailejon)이 폐타이어에 심어져 있습니다. 잎의 뒷면만 짙은 보라색을 한 유니크한 꽃을 보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오.  



조심해서 걷는다고 했는데도 하산길에 진동이 있으니 살짝 두통이 생기려고 합니다. 잠시 쉬면서 심호흡하고 목 스트레칭도 해봅니다. 산 아래로 내려올수록 날씨가 다시 화창해집니다. 안개나 구름도 없고 깨끗한 대기 덕분에 저 멀리 소아차 Soacha 지역까지도 다 보입니다. 등산하는 동안 중국인 관광객을 몇 팀 만났는데 서로 눈짓만 하고 지나칩니다. 전 세계에 한국인과 중국인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글로벌 아시안!



등산로를 따라 보고타 관련 사진자료를 전시해뒀는데 역시 올라갈 땐 보질 못했네요. 정신없이 헥헥대며 올라가느라 주변 풍경은 하산길에 둘러봅니다. 로또 판매원들을 찍은 사진인데 역무원 같은 복장을 하고 있네요. 지금도 콜롬비아에는 두 세 블록에 한 곳 정도는 로또 가게가 있으니 로또와 역사를 함께 한 민족입니다. 내 맘대로 결론.



결승선이 눈 앞에 보입니다. 14번 축구선수(?)는 어느 지점부터 내내 저만큼 거리를 두고 저를 앞서가더니 페이스가 동일한 것 같습니다. 등산로 입구까지 다 내려와서 한쪽에 자리를 잡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종아리랑 허벅지 근육에 약간의 경련이 있는데 후유증 예방차원에서 꼼꼼히 마무리운동 해줍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갈까 하다가 바로 귀가합니다. 버스정류장에서도 같이 등산한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전우애가 이런 걸까요. 다들 푹 쉬시길. 



신호등 저편에 제가 탈 K325번 연두색 버스가 대기중인데 오늘따라 더 반갑습니다.  



(요한일서3:18)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Dear children, let us not love with words or tongue but with actions and in truth. 


2023.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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