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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271) 장애인 대상 미술수업 8개월차, 배운 점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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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장애인 대상 미술수업 8개월 차, 배운 점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출근해서 커피 한잔하고 미술실로 갑니다. 요즘은 사무실에 거의 안 있고 미술실에 주로 머무는 편인데 문을 열어놓고 미술실 정리하고 그림 그리고 있으면 꼭 한두 명씩 방문객이 있습니다. 오늘은 기관 DIVRI(한-콜우호재활센터)에 근무하는 현직 군인 한 분과 동료인 듯한 분이 와서 미술실을 둘러봅니다. 구입하고 싶은 그림이 있으시다 해서 코워커 신디에게 연결해 줍니다. 

 

며칠 전 대형이젤을 1층 로비에 잠시 내렸었는데 덕분(?)에 그림 몇개가 찢어져 오늘은 복구작업을 했습니다. 앏은 화선지 뒤에 검은색 도화지를 붙이니 깔끔하네요. 



지난해 9월부터 활동했으니 꼭 8개월이 지났습니다. 활동 초반에는 수업시간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있으면 제가 지도한 경험이 있는 비장애인분들 쪽에 관심과 시간을 더 많이 들였는데 요즘은 정반대입니다. 지체장애 혹은 지적장애가 있는 분들과 진행하는 수업이 너무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늘 예상을 벗어나는(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결과물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웁니다. 나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 덕분에 깨닫는 것도 많습니다.   



엑또르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데 미술수업에 오면 늘 약물 부작용으로 멍하게 있거나 졸음을 못이겨 색연필을 들고 조는 분입니다. 당연히 형체를 인식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낸 적이 한 번도 없고 수업시간에 즐겁게 참여하시는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수묵화를 그려봅니다. 재활코디네이터 신디는 엑또르가 붓을 다루기 어려울 거라고 했는데 예상을 벗어나 붓으로 강약 조절도 하고 형태도 놀랍도록 잘 따라 그립니다. 1시간 30분 내내 졸지도 않고 그림에 집중하시는데 다 그리고 나서는 처음 보는 함박웃음까지 지어 보이십니다. 눈물이 날 만큼 멋집니다. 지금까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기회조차 드리지 않았던 게 죄송하기까지 합니다. 



올초에 2번 정도 수업에 참석했던 리나가 오랜만에 왔습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분인데 컬러링 도안 가져가셨던 걸 모두 채색해서 갖고왔습니다. 그동안 병원 다니느라 못 왔다며 제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눈도 안 깜빡이고 숨도 안 쉬고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색 조합도 잘하고 색칠도 성의 있게 해서 다음 달 전시회에 붙이기로 합니다.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좋다며 또 숙제를 내달라고 해서 오늘 수업시간에 수채화 그리던 걸 갖고 가셔서 마무리해 오시라고 합니다.   



재활코디네이터 신디의 조언대로 지적장애인분들께는 한 가지 요구사항만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그게 약간 정도 조절이 안 됐는지 이반은 물감을 칠 할 때마다 저를 쳐다봅니다. 음영표현에 대한 것인데 잘 안되면 편하게 원하는 대로 칠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일단 한발 물러섭니다. 텀을 좀 더 두고 언급해야겠습니다. 오늘 처음 온 브라얀과 조나단은 콩테, 펜으로 자유롭게 그려보시라고 했는데 꽤 잘 그립니다. 옆에서 가르송이 야자수 나무를 보고 '어떤 여성(¿Una mujer?)'이냐고 눈치 없는 질문을 합니다.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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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일서5:4) 대저 하나님께로서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긴 이김은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 For everyone born of God overcomes the world. This is the victory that has overcome the world, even our faith. 


2023.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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