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보고타 몬쎄라떼 Monserrate 등산 소요시간, 고도, 거리ㅣ콜롬비아 Colombia
어릴 땐 부모님 따라 산에 오르는 걸 좋아했는데 자라고 나서는 등산할 기회도 없고 굳이 산을 찾아다니지도 않았습니다. 2주 전 치카케 국립공원 Parque Chicaque에서 4시간 정도 등산하고 나니 뭔가 기분이 좋아 또 어디 등산할 곳을 찾아봅니다. 이번주는 가까운 몬쎄라떼 Monserrate를 걸어서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9시쯤 몬쎄라떼 입구에 도착해서 생수 한 병과 초콜릿을 사서 등산로 쪽으로 갑니다. 몬쎄라떼는 4번 정도 올라갔는데 늘 케이블카 Teleférico 나 푸니쿨라 Funicular를 이용해서 등산로는 처음입니다.
등산로 입구에 등산 전 워밍업 하는 사람들과 하산 후 스트레칭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등산로 입구는 새벽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개방(하산은 오후 4시까지)하고 화요일은 유지보수 관계로 폐쇄합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몬쎄라떼 정상이 3,152m, 보고타가 2,650m이니까 고도상으로는 약 500m를 올라가게 되고 계단 수는 1,115개, 정상까지 거리는 2,350m입니다. 1시간이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발을 떼는 그 순간부터 숨이 찹니다. 고도가 높은 데다 경사가 심해 곳곳에 헥헥대며 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올라가면서 15분 걷고 5분 쉬고를 반복합니다. 다들 비슷한 상황인 듯 함께 출발한 사람들과 쉬는 장소에서 내내 만납니다. 등산로 곳곳에 경찰이 2인 1조로 순찰 중이라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생각보다 숨이 많이 차긴 하는데 못 올라갈 정도로 힘이 들진 않습니다. 산 쪽 경치도 좋고 시내 쪽 전망도 멋집니다.
운 좋게도 몬쎄라떼에 서식하는 벌새(Colibri paramuno)를 만났습니다. 빨간 꽃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빠르게 날갯짓을 하는데 청록색을 띠는 오색영롱한 깃털 색이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휴대폰 꺼내는 동안 멀리 가버려서 초점 흔들린 한 컷 겨우 건졌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오르막을 40분쯤 걸어 올라가면 잠시 평지가 나오고 간이 휴게소 같은 식당들이 모여있습니다. 기념품도 파는 가게도 있고 식당들 틈새로 보고타 전망도 내려다보입니다. 올라오면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전망대에 찹찹한 바람이 부니 으슬으슬 춥습니다. 뭘 먹거나 앉아서 쉬면 못 올라갈 것 같아서 잠시 숨만 돌리고 다시 출발니다.
그라피티(Graffiti)로 장식한 터널도 나오는데 계단 폭이 좁아 단숨에 올라가서는 마지막 계단 옆에 살짝 들어간 공간에서 숨을 고릅니다. 1시간 만에 1.7km 구간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600m쯤 남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방금 전까지 내리쬐는 햇볕에 이마가 뜨거웠는데, 고도가 3,000m 가까이 돼서 그런지 날씨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가다 보니 안쪽에 초를 피워 둔 동굴이 보입니다. 기도하는 공간인 듯한데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 남자분이 안에 초를 새로 하나 켜놓고 나오시네요. 성황당 근처에 초나 향을 피우는 우리나라 토속신앙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또 살짝 평지가 이어지다가 드디어 마지막 계단이 보입니다. 다 왔습니다. 몬쎄라떼를 걸어서 올라오다니 뿌듯합니다.
(고린도후서7:10)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 세상 근심은 사망을 이루는 것이니라. Godly sorrow brings repentance that leads to salvation and leaves no regret, but worldly sorrow brings death.
2023.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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