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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이스탄불 이스탄불ㅣ부르한 쇤메즈 Burhan Sönmez, 소설 (황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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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스탄불 이스탄불ㅣ부르한 쇤메즈 Burhan Sönmez, 소설 (황소자리)


<이스탄불 이스탄불, Istanbul Istanbul>은 튀르키예 Türkiye 출신 쿠르드족 Kurdish 소설가 부르한 쇤메즈(Burhan Sönmez, 1965)의 소설입니다. 저자는 현재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 변호사로 일하며 영국과 튀르키예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쇤메즈는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10여 년간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쿠르드족에 관해서는 몇 년 전 런던에 잠시 머물 때 알고 지내던 쿠르드 출신 지인 덕분에 약간의 지식이 있습니다. 저자 쇤메즈가 '튀르키예 출신 쿠르드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걸 보니 그때 지인이 쿠르드 사람들은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상당하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부르한 쇤메즈는 지금까지 다섯 편의 소설을 썼는데 <이스탄불 이스탄불, 2015>은 그의 세 번째 소설입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쇤메즈는 현존하는 '가장 유니크한 소설가'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쿠르드족 마을에서 자란 쇤메즈는 살아온 삶의 궤적에 굴곡이 많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모두 소설의 재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이스탄불의 지하 감옥에 갇혀 고문당하는 네 명의 죄수들의 이야기입니다. 죄명이 드러나있진 않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잡혀온 것으로 짐작되는 네 사람은 잔혹한 고문에 시달리면서도 그 두려움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ㅣ학생 데미르타이의 이야기

ㅣ의사의 이야기

ㅣ이발사 카모의 이야기

ㅣ퀴헤일란 아저씨의 이야기

 

도시는 오래된 도시의 폐허 위에 세워지고, 죽은 자는 죽은 지 오래된 자의 땅에 묻혔다. 이스탄불은 우리가 있는 지하 감방과 함께 호흡했고 우리의 피부에서 죽은 자들의 냄새가 났다. - 「학생 데미르타이의 이야기

 

소설은 전체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치적인 이야기인 듯하지만 실제 사랑에 관한 소설입니다. 또한 죄수 개인에게 초점이 있는 듯하지만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로 고통, 불행, 우울, 희망을 재생산하는 이스탄불이라는 도시, 하나는 지하에 하나는 지상에 있으나 실제 두 이스탄불은 하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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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은 백만 개의 감방이 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감방은 그 자체가 이스탄불 전체였다. 부분은 전체 안에 있고 전체는 부분 안에 있었다. 가까운 것은 먼 것이고 먼 것은 가까운 것이었다. 모든 것은 황폐하기도 하고 기름지기도 했다. - 퀴헤일란 아저씨의 이야기

 

<이스탄불 이스탄불>에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거대한 틀로 엮여있습니다. 네 명의 죄수들이 사적인 이야기, 수천 년 전의 이야기, 지상과 지하의 이야기, 또 그 이야기들의 안과 밖, 마치 인간은 상상(희망)할 수 있는 한 죽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 잔혹한 고문의 고통 속에서도 처절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지옥은

우리가 고통받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고통 받는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곳이 

바로 지옥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슬람 지도자 만수르 알 할라즈(Mansur al Hallaj)의 말로 마무리됩니다. 끝이 시원하지 않고 찜찜하며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자세를 고쳐 앉게 합니다. 아주 많은, 그리고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2023.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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