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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푸른세계ㅣ알베르트 에스피노사, 혼돈을 사랑하라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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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푸른세계ㅣ알베르트 에스피노사, 혼돈을 사랑하라 (연금술사)


스페인 작가 알베르트 에스피노사(Albert Espinosa, 1973)의 소설입니다. 에스피노사는 어린 시절 암 진단을 받고 오랜 기간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다리, 폐, 간의 일부를 잃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 <노란 세계, 2008>는 자신의 암 투병에 대한 기록으로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나를 서 있게 하는 것은 다리가 아닌 영혼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 <푸른세계>는 살아갈 날이 사흘밖에 남지 않은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몸과 영혼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시간을 지나온 에스피노사는 당시 같이 투병했지만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난 친구들의 몫까지 대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작품은 에스피노사의 이런 인생관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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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태어나고 하루는 살고 마지막 날에는 죽어요 오늘은 당신이 사는 날이에요

· 슬픈 건, 죽는 게 아니라 강렬하게 살지 못하는 거죠

·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모든 것에 맞설 수 있다

 

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알베르트 에스피노사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18개의 소제목으로 먼저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훑어봅니다. 소제목들이 마치 시의 한 구절같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방문객들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새로 온 사람들은 항상 낯선 냄새를 풍겼다. 모두들 집에서 세수를 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와서는 병원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과 마주쳤다. 이들에게서는 장시간 비행기를 탄 사람들의 냄새가 났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냄새의 이질감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환자였을 때, 보호자로 병원에 있을 때, 병문안객의 입장일 때 그 냄새는 조금씩 다른 형태로 기억돼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세상이 내게서 많은 것을 빼앗았는데, 왜 이곳에 계속 머무르려고 투쟁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마지막, 아니 시작을 향한 여행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이제 나는 내 죽음을 향해 여행할 것이다.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그랜드호텔'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에 돌봐줄 사람이 없고 죽음이 며칠 남지 않은 이들을 위한 곳, 존엄한 죽음을 맞기 위한 곳, 생의 마지막을 보낼 목가적인 장소, 삶과 맞닿아있는 죽음에 대한 경이롭고 신비로운 은유입니다. 

 

행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행복한 매일이 존재할 뿐이야. 이를 위해 너의 혼돈을 사랑하는 게 중요해. 

 

책 표지에서 폭포 같은 눈물을 쏟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오래 잔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23.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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